[지방선거]투표도 하기전에 경쟁자에 「낙선」위로

입력 1998-06-04 20:30수정 2009-09-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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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5시반경 대전시청 기자실에 갑자기 팩스 한 장이 들어왔다.

수신인은 각 언론사 선거특별취재반, 발신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민련 충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심대평(沈大平)현지사측 선거사무소였다. 제목은 ‘심후보 6·4 일정계획’.

외형적으론 별다른 점이 없는 팩스였다. 오전 7시반 충남 공주시 신관동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오후 2시반경 충남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 선관위 직원들을 격려하고 위문품을 전달한다는 평범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오후 4시 이후부터 공관으로 이동하는 5일 오전 1시반경까지 10시간 동안 일정이 좀 이상했다.

지역인사에게 감사전화를 하고 도민에게 당선인사를 한다는 등 당선을 기정사실화한 내용들이었다. 기자들에게 당선소감을 발표하고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와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에게 당선인사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이중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낙선후보들에게 위로전화를 건다는 대목이었다.

심후보는 무려 투표가 시작되기 12시간전에 이미 당선자가 돼 낙선자인 한나라당 한청수(韓淸洙)후보에게 위로전화까지 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그것도 법정 선거운동시간이 6시간이나 남은 시점에서.

심후보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만든 것인데 (문제있는 부분을) 지우고 보내야 하는데 잘못 보냈다”며 “별다른 의미가 없으니 오해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한후보측은 “상대후보뿐만 아니라 충남도민 전체를 무시하는 오만한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종료호각이 울리기도 전에 상대팀에 압승하고 있다며 뛰지 않는 운동선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6·4선거특별취재반〓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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