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서울시장후보 TV토론]『市政은 내가 적임』

  • 입력 1998년 5월 20일 19시 27분


서울시장에 출마한 국민회의 고건(高建),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후보는 20일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공동주관해 생방송으로 중계한 수도권지역 광역단체장후보 토론회에 참석, 출마배경과 시정 청사진을 밝혔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두시간동안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상대측의 약점과 의혹에 대해 공방을벌 였다.

이날 토론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나 내용적으로 두 후보와 패널리스트간,그리고 두 후보간에 펼쳐진 공방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약점들추기’ 주력고후보는 기조연설에서 서울시의 ‘합병증’을 치료하려면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절대적 협조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며 비교적 ‘점잖게’ 나갔다. 반면 최후보는 처음부터 고후보의 ‘환란책임론’과 ‘병역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세적 자세를 취했다.

‘창’을 쥐려는 최후보와 ‘방패’로 막으려는 고후보의 태도는 이날 토론회 내내 계속됐다. 토론회 초반 두 후보가 서로의 ‘약점’과 ‘의혹’을 짚으면서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도 튀어나왔고 이에 사회자가 나서 삼가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고후보는 “서울시장 시절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지침이나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의도적으로 개입을 꺼렸다”는 지적에 대해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데 항상 최종결정을 해주었다”고 반박했다.

반면 최후보는 패널리스트가 공보처장관 시절 KBS사태때 공권력을 투입한 사실을 들어가며 ‘강성 인물’이 아니냐고 묻자 “KBS문제는 내가 공직을 수행하는 동안 가장 아픈기억으로 남아있으나 나라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주장했다.

이어 두 후보의 ‘전력시비’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두 후보는 여유와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는 표정이었으나 이따금씩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후보에게는 “직업행정인이라고 하지만 3공, 5공, 6공 등을 거쳐 현재까지 항상 여권에 있고 항상 양지만을 쫓는다는 비판에 대해 해명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에 고후보는 “요즘 ‘용의 눈물’을 보니까 황희정승이 4대째 임금님을 모시면서 국사에 봉사하는 것을 보고 저분이 전문행정가이셨구나 생각했다”며 “나도 결론적으로 국민을 위해서 봉사했지 정권을 위해 봉사한 일이 없다”고 빠져나갔다.

최후보는 “자유민주주의와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는 전두환(全斗煥)정권때 12대 국회 전국구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것은 권력지향적 성향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당시 절대로 전국구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며 당에서 전국구후보를 추천할 경우 나를 빼달라고 부탁했으나 결재과정에서 당시 전두환총재가 왜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넣지않았느냐고 말해 추가됐다”고 답변했으나 설득력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왜 상대가 서울시장이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느냐”는 ‘고약한’ 질문시간도 있었다.

이 대목에서 최후보는 “환란책임이라기보다는 나라가 무너져 앉게 만든 일에 대해 아무 책임이 없다.

시장후보에 나서도 아무 거리낄 게 없다고 말하는 고후보는 최소한의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든지 사회정의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고후보는 “최후보가 시장이 안돼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은 안하지만 서울 문제는 그래도 내가 구석구석 잘 알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집권여당후보가 유리하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場外戰’도 치열한편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고후보진영은 토론전략을 담은 메모를 계속 고후보에게 건네줬으며 최후보측 박원홍(朴源弘)대변인도 토론진행 상황을 노트북에 일일이 메모하면서 작전을 짜는 등 ‘장외전’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날 토론회가 열린 방송사 스튜디오에는 국민회의에서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을 비롯해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 김한길 정동영(鄭東泳)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나와 고후보를 응원했고 한나라당에서는 강용식(康容植) 박주천(朴柱千) 김길환(金佶煥)의원 등이 참석했다.

〈문 철·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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