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8돌 특집/金대통령 인터뷰]인사원칙 설명

  • 입력 1998년 3월 31일 20시 2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 단행한 몇몇 요직인사에 대한 배경설명을 했다. 특히 총리를 지낸 이홍구(李洪九)전 한나라당 고문을 주미대사로 내정한데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대미외교의 중요성과 특성을 생각할 때 이고문 같은 분이 꼭 필요합니다. 미국은 초당외교를 굉장히 좋아해요. 직업외교관이 대사로 가면 국무부 고위관리들을 잘 못만나요. 정치인 접촉은 더더욱 안돼요. 미국에서 교육을 받아 현지에 친구가 많은 이고문같은 분이 가면 미국에서 높이 평가하고 국익에도 도움이 됩니다.”

김대통령은 “만약 정계개편과 관련이 있다면 그가 여기(국내)에 있어야지 거기(미국)에 가면 되겠느냐”고 말해 그의 주미대사임명이 정계개편과는 전혀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수성(李壽成)전총리를 민주평화통일회의 부의장으로 임명한데 대해서도 “한나라당을 탈당한 분 아니냐, 더구나 평통 부의장은 비정치적인 자리”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권력요직에 호남출신들이 중용됐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오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더욱 신중하게 인사, 더이상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그러한 지적이 다소 부당하다는 느낌을 감추지 않았다. “관심있게 살펴보면 출신지역이 비교적 고르게 안배됐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나는 지역주의의 폐해와 편중인사의 결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보아온 사람입니다. 또다시 그런 일을 되풀이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김대통령은 차관인사 때 호남출신 장관이 호남출신, 영남출신 장관이 영남출신 인선안을 가져오면 모두 퇴짜를 놓았다고 털어놓았다. 또 최근 모장관이 정부산하단체와 기관장 인선안을 가지고 들어왔으나 지역안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모두 새롭게 다시 짜오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그 때문에 일부 능력있는 분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나 화합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과거 나와 함께 고생을 하면서 공을 세운 사람도 적지 않다”며 “그러나 나는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는 상을 주되 자리는 능력에 따라 준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일일이 결재나 하고 글자나 고치고 있는 장관은 실격이다. 장관은 각 부 국정수행의 큰 가닥을 잡아줘야 한다”고 ‘정치인 장관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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