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補選 유세]청중동원 지역감정 자극 『혼탁』

  • 입력 1998년 3월 27일 19시 26분


‘4·2재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중앙당차원의 총력지원전에 들어가면서 선거분위기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특히 야당은 ‘경상도 단결론’을 내세워 지역감정을 자극, 선거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지역에서는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에 대규모 청중을 동원하는 등 돈선거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7일 지도부가 총출동, 대구 달성과 경북 예천 두 곳에서 정당연설회를 열었으며 한나라당도 경북 의성과 문경 두 곳에서 정당연설회를 개최, 세몰이에 나섰다. 국민신당은 의성에서만 두 차례 연설회를 열었다.

○…이날 대구 달성군 다사읍 공터에서 열린 국민회의 엄삼탁(嚴三鐸)후보의 정당연설회에는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과 유재건(柳在乾) 추미애(秋美愛) 양성철(梁性喆)의원, 자민련 이양희(李良熙)의원 등 현역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이곳 출신인 추의원은 첫 연사로 나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후보는 아버지가 일으킨 경제를 망친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부터가 잘못됐다”면서 “달성군민이 엄후보를 선택, 자존심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정동영(鄭東泳)의원도 “한나라당이 급한 나머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한나라당이 망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여당의원을 한 명 더 당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등단한 조총재대행은 “엄후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대구 경북경제를 살리라는 특명을 받았다”며 엄후보를 추켜세운 뒤 달성군의 숙원사업인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 당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약속했다.

○…이날 경북 예천 상설시장번영회 부지에서 열린 자민련 신국환(辛國煥)후보 정당연설회에는 박태준(朴泰俊)총재 박준규(朴浚圭)최고고문 박철언(朴哲彦)부총재 등 당직자 20여명이 참석했다.

박총재는 “나라를 결딴낸 한나라당을 이번 선거에서 심판해 무너뜨려야 한다”면서 “경제청문회도 시기가 문제이지 반드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고문은 북풍(北風)사건과 관련,“정보기관의 책임자가 대통령의 지시 없이 혼자서 야당 후보를 빨간색으로 몰아붙일 수 있겠느냐”며 김영삼(金泳三)정권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날 경북 의성 마늘장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후보 정당연설회에는 조순(趙淳)총재 이한동(李漢東)대표 이기택(李基澤)고문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와 함께 20여명의 의원들이 대거 참석, 현정부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데 열을 올렸다.

조총재는 “김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부패한 사람을 높은 자리에 앉히고 유능한 사람은 다 쓸어내고 있다”며 새 정부의 요직인사를 집중비난했다.

이대표와 이고문도 “37년간의 경상도정권이 막을 내리고 호남정권이 탄생했다”며 은근히 지역감정을 부추긴 뒤 “대법원장 법무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요직을 전라도 사람이 싹쓸이해 버렸다”고 ‘호남싹쓸이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 “김대통령이 북풍사건을 터뜨려 정치보복을 하려 하자 경상도 사람인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이 배를 가르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김대중정권의 오만방자함을 바로잡고 경상도의 자존심을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정달(權正達)의원도 “공직에서 밀려난 우리 아들 딸들이 보따리를 싸들고 고향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한편 국민신당은 이날 오전 의성읍 복개천 주차장에서 정당연설회를 열고 신진욱(申鎭旭)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연설회에는 이만섭(李萬燮)총재 이인제(李仁濟)고문 장을병(張乙炳)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경북 의성 보궐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정창화, 자민련 김상윤(金相允)후보가 연일 지역정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후보는 “과거 경상도정권 때 전라도 사람들이 똘똘 뭉쳐 견제했듯이 전라도정권에서는 경상도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후보는 이에 대해 “이 나라에 경상도정권이 어디 있고 전라도정권이 어디 있느냐”면서 “30년 동안 지역감정으로 나라가 망했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반박했다.

〈대구·문경·의성〓김정훈·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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