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경제정책/재계 반응]현실무시 「재벌개혁」 불만

  • 입력 1998년 3월 25일 19시 59분


재계는 출범 한달을 맞은 김대중(金大中)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정책방향에 관해 큰 그림을 그려내기 어렵다” “자신없이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는 등으로 썩 좋지 않은 평가를 내놓았다.

재벌개혁이란 대원칙만 내세웠을 뿐 그동안 드러난 정책방향은 혼란스럽다는 지적.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담당하는 30대 재벌에 대한 개혁 방법이 군사정권 시절의 ‘속전속결’행태를 닮았다는 비판도 팽배하다.

주요 그룹 비서실 및 기조실 관계자들은 우선 신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인 재벌개혁이 ‘원칙과 방법의 일관성을 잃은 채 여론몰이식으로 전개’되는 데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모 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불과 일주일새 향후 5년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내놓으라고 지시해 재계가 몹시 당황한 적이 있다”면서 “정권 인수가 이뤄진 뒤엔 나아질 줄 알았는데 달라진 게 없다”고 비난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재무구조 개선 일정을 당초 예고보다 3년이나 앞당길 것을 갑작스럽게 주문한 것이 그런 사례.

다른 그룹의 비서실 임원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에 따라 금융권이 6개월마다 부채비율을 점검하는 것 등은 새로운 관치금융의 폐해를 낳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신정부 1개월을 평가하기엔 이르다”면서도 “대기업정책의 장기목표가 무엇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서별로 맥을 같이하는 ‘정책’을 입안, 제시해야 함에도 즉흥적인 ‘조치’들이 양산되고 있다”며 “재벌개혁이 장기적으로 뿌리를 내리려면 현실을 냉철하게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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