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씨 자해]『할복으로 진실 회피』비난 봇물

  • 입력 1998년 3월 23일 20시 59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사흘째 입원중인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은 23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두통과 목부위 통증으로 음식물 섭취는 힘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은 권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보류된 가운데 정치권으로 수사를 확대, 정면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

○…권씨는 두통과 목부위 통증으로 음식물 섭취는 힘들지만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는 등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

주치의인 가톨릭대 김인철(金仁哲·60)교수는 “장 기능이 되살아나는 등 상태가 좋아져 24일부터 식사를 조금씩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

○…검찰은 영장청구 시점을 결정하기 위해 의료진을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권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등 신경.

김교수는 “검찰은 영장청구 소식에 권씨가 정신적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식사가 가능하고 혈당치가 안정된 뒤 영장청구가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는 소견을 피력했다”고 설명.

한편 권씨가 입원중인 병실 주변에는 관할 서초경찰서에서 나온 형사 6명이 권총과 실탄을 소지한 채 24시간 경계. 경찰 관계자는 “권씨가 최고급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

○…권씨 자해로 ‘일격’을 맞은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이날 법무부의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이동이 겹치는 등 어수선한 상태여서 사실상 수사를 중단.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김원치(金源治)지청장 대신 수사지휘를 맡은 박태종(朴泰淙)차장검사는 오전 8시경 출근, 신상규(申相圭)형사5부장 등 수사팀과 조사계획 및 권씨 신병처리를 논의. 수사팀은 평소보다 이른 오전 6시반경 출근, 영장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으나 검찰수뇌부에서 보류시키자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

○…남부지청에는 권전안기부장과 검찰을 동시에 비난하는 시민전화가 쇄도해 관계자들이 곤혹스런 표정.

시민들은 “도대체 수사를 어떻게 했기에 권씨가 할복까지 했느냐” “권씨 자해로 수구세력에게 반격의 빌미만 제공했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안기부 수장이 진실을 이런식으로 회피해도 되느냐”고 항의.

〈나성엽·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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