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공작 파문]김양일씨,鄭의원-北안병수 회동 주선의혹

  • 입력 1998년 3월 19일 2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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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조작사건’중 가장 큰 관심사는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과 안병수(安炳洙)북한조국평화통일위원장대리가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두차례 회동한 내용이다.

안기부가 17일 국회 정보위에 공개한 ‘북풍조작문건’에 따르면 안기부는 이 회동에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두사람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국민회의측은 이와 관련,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재미교포 사업가인 김양일씨(56)가 이를 주선했다며 1차접촉과 2차접촉 사이에 정의원―김양일―북한측이 팩스로 주고받은 서신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정의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에 갔을 때 안위원장대리가 숙소로 전화를 걸어와 만났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김씨는 김영삼(金泳三)정부에서 대북(對北)비밀접촉과 관련,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 미국시민권자인 김씨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일그룹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미식품상총연합회장이라는 직함도 갖고 있다.

그는 북한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한국기업들의 대북투자 및 교역을 중개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북한 정무원 농업위원회로부터 외국과 북한의 농산물 계약재배 및 수출입에 관한 권한 등을 위임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대북교역업체들 사이에는 ‘김씨와 손잡으면 대북교역이 수월하다’는 얘기가 퍼져 있을 정도다.

그는 또 전금철(全今哲)북한조평통부위원장과 북한의 대외경협창구인 금강산개발총회사 박경윤사장과 가까운 사이이며 김영삼정부내 고위인사들과도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산 굵직한 대북비밀접촉은 정재문―안병수회동 외에도 두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96년 ‘청와대가 곡물로비스트인 김씨를 통해 비밀리에 북한에 중국산밀가루 5천t을 보냈고 그 대금은 현대가 지불했다’는 의혹이다. 국민회의와 신한국당은 국회에서 이 의혹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검찰이 조사를 벌였으나 진상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두번째는 김씨가 95년 북한에 쌀 15만t을 제공키로 한 ‘베이징쌀회담’을 성사시키는 데도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김씨가 또다른 에이전트와 함께 당시 쌀회담에 앞서 여권고위인사와 북한측 인사간 접촉을 주선, 사전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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