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미룬 총리인준]與『시간이 藥』…野『흔들리지 않게』

  • 입력 1998년 3월 14일 20시 56분


여야는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문제를 일단 4월 중순 이후로 미뤄놓았다. 그렇지만 해결의 방향이 잡힌 것은 아니다. 여야의 합의사항은 “3당이 협의해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것. 시기만 미뤄놓았을 뿐 여전히 ‘미제(未濟)현안’인 셈이다.

여권은 대야(對野)협상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재투표하자고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의 완강한 반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JP의 국회출석만이라도 보장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JP가 국회에 올 경우 집단퇴장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일단 만족하는 분위기다. 적어도 한달 동안은 ‘JP총리서리체제’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할 수 있고 여야간 가파른 대결구도를 변화시킬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권으로서는 재투표를 한다고 해도 현재의 험악한 분위기에서는 인준통과를 자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나라당이 JP총리반대 당론을 철회하고 자유투표에 맡기지 않는 이상 재투표는 여권에 또한번의 ‘모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권은 앞으로 한달동안의 ‘냉각기’를 거치며 현재의 격앙된 분위기가 수그러들 수 있도록 대국민 여론조성과 공식 비공식 대야접촉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앞으로 한달 동안 최소한 총리인준문제는 이슈의 중심에서 벗어날 것이고 그러는 사이에 여야간 감정도 식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4월초의 재 보궐선거와 한나라당 전당대회 등으로 정치권의 관심사가 분산되면서 정국의 변화에 따라 총리인준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또 한가지 여권이 기대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내부 균열. 한나라당이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계파간 과열경쟁으로 현재의 일시적인 단합분위기는 급속하게 와해될 것이라는 게 여권의 희망섞인 관측이다.

따라서 한달이라는 기간에 여권은 끊임없이 정치권 ‘새판짜기’의 유혹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은 인위적 정계개편 등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 빼가기’는 거센 역풍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가 13일 청와대회동에서 여야간의 ‘대타협’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한나라당이 현재의 ‘반(反)JP’ 강경노선을 접고 온건노선으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내에서 전당대회를 아예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고 4월 전당대회에서는 당헌 당규만 개정하고 끝내는 방향도 모색하고 있다. 또 ‘반JP’는 여전히 한나라당을 묶어두는 단단한 끈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JP인준문제는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경제청문회와 북풍(北風)공작사건 등을 연계한 여야간의 ‘빅 딜’을 통해서나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그 때문이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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