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충돌 「총리인준」진통…與,김종필서리체제로 갈듯

  • 입력 1998년 3월 2일 20시 08분


국회는 2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상정했으나 투표과정에서 여야의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 투표가 중단되고 정회를 거듭하는 등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투표중단으로 총리임명동의안의 정상처리가 무산될 경우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당초 계획대로 김총리지명자를 총리서리로 임명, 총리서리체제를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리서리체제의 합법성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 상당기간 법적 논란과 함께 여야간 치열한 위헌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은 원내 안정의석 확보와 총리서리체제의 해소를 위해 조기에 정계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정국은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가운데 대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날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표소에는 들어갔다 나왔으나 일부 의원은 기표를 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백지투표를 하거나 투표용지를 감표요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백지투표가 무기명투표를 명기한 국회법을 위반하는 위법투표라고 주장, 한나라당 의원들의 투표를 제지하는 등 실력저지에 나섰다.

이 때문에 투표시작 5분 뒤부터 투표를 강행하려는 한나라당과 이를 저지하는 여당 의원들이 뒤엉켜 욕설과 고함이 오가는 등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투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자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은 한때 정회를 선포했으며 여야는 본회의장에서 총무회담 등을 열었으나 투표방법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기표소에 들어갔다 나온 이상 국회법상 무기명투표에 해당하는 적법한 행위라고 주장한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백지투표가 비밀투표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투표에 앞서 여야의원 4명은 ‘5분 발언’을 통해 투표방식과 총리서리체제에 대한 찬반공방을 벌였다.

본회의가 정회된 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투표용지를 의원들에게 보여주는 등 집단강압에 의한 공개투표를 했다”며 “이는 반의회주의적 백지투표이므로 투표결과에 승복을 요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여당측이 정상적 투표행위를 중단시킨 것은 의회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폭거”라고 규정하고 앞으로 대여(對與)투쟁의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본회의에 앞서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와 당직자회의 등을 잇달아 열어 총리임명동의안에 대한 당론을 정리했다.

한나라당은 중진협의회와 고위당직자회의 의원총회 등을 잇달아 열어 총리임명동의안 표결에 ‘무기명 비밀투표’로 대처키로 당론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지도부는 소속의원들을 △반대표를 던질 의원그룹 △기표소에는 들어가되 기표하지 않고 사실상 백지투표를 하는 의원그룹 △불참의원그룹으로 나누어 투표키로 내부방침을 정해 소속의원들에게 전달했다.

국민회의는 간부회의와 의총을 열어 총리임명동의안은 합법적인 무기명비밀투표로 치러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변칙투표에 대비, 4개조의 저지조를 구성했다.

국민회의는 특히 정상투표가 아닌 변칙투표로 국회가 유회될 경우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리서리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당론을 정리했다.

자민련도 의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이 변칙투표를 실시할 경우 실력저지하고 김국회의장에게 투표중단을 요청키로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이동관·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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