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인준 앞둔 여당 표정］『어떻게든 끝낸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일 오후 2시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막바지 전략을 숙의했다. 양당의원들은 한나라당측이 조금이라도 공개투표 기미를 보일 경우 곧바로 육탄 저지키로 하고 저지조와 감시조를 구성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국민회의는 오후 1시반 박상천(朴相千)총무 주재로 의원총회를 개최, 막바지 전략회의를 열었다. 국민회의측은 투표함 감시조와 기표소 감시를 위해 4개조를 편성,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개투표를 시도할 경우 무효를 주장하며 투표를 중지시키기로 전략을 세웠다.

국민회의측은 또 투표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투표가 강행될 경우 20여명으로 구성된 3개조의 투개표저지조를 투입, 명패함과 투표함을 봉쇄하고 김수한(金守漢)의장에게 개함하지 말 것을 요구키로 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어떻게 나올 것 같으냐”며 ‘적진(敵陣)’의 동향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으나 투표 결과에 대해서는 “해봐야 알 것 같다” “가결 가능성은 반반이다”며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당 중진 및 동교동계 의원들이 감시조 및 저지조 조장을 맡아 그동안 쌓아온 ‘장내투쟁’의 관록을 발휘해 눈길을 끌었다. 투표함 감시조장은 한화갑(韓和甲) 이윤수(李允洙)의원이, 기표소 감시조장은 최재승(崔在昇) 김옥두(金玉斗)의원이 맡았고, 저지조 조장은 김상현(金相賢) 김봉호(金琫鎬) 박정수(朴定洙)의원 등 당 중진들이 맡았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당 간부회의에서 국민회의측은 “한나라당측이 1∼2초 정도 기표소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늉만 한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 경우 재투표를 해야 한다”고 당론을 결정.

○…자민련은 이날 오전과 오후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제외한 소속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잇따라 의원총회를 열어 ‘결전의지’를 가다듬었다. 의총에서 의원들은 총무단이 마련한 몇 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행동요령 등을 숙지한 뒤 한나라당이 ‘불법투표’할 기미만 보이면 곧바로 육탄저지에 나선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3개의 저지조를 편성했다.

박태준(朴泰俊)총재는 “필승의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자”며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오늘 투표로 모든 것을 명쾌하게 끝내자”고 독려했다. 오후2시 본회의 시간에 맞춰 서둘러 의원총회를 마친 의원들은 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저마다 “오늘 결판을 낼 수밖에 없다” “한판을 벌이고 안벌이고는 한나라당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총재를 비롯한 당직자들의 표정은 대부분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평소와는 달리 목소리를 낮추며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한편 자민련의원들은 이날 오전까지 한나라당 의원들과 전화접촉 등을 통해 ‘약속’을 재확인하는 등 막판까지 ‘밀착설득’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구천서(具天書)수석부총무는 “한나라당의원 접촉을 통해 무기명 비밀투표만 보장되면 한나라당내에서 30여명이 이탈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낙관론을 피력했다.

〈윤영찬·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