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없는 「내각 기형사태」…새정부조직법 28일 공포

  • 입력 1998년 2월 28일 19시 4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8일 전격적으로 새 정부조직법을 공포하고 이 법은 이날부터 발효, 부처는 있으나 장차관이 공석인 내각 기형사태가 빚어졌다.

새 정부조직법의 발효로 재정경제 통일 외교통상 행정자치 과학기술 문화관광 산업자원부 등 7개 부처가 신설됐으나 장차관이 없어 부령을 발하고 주요정책을 결정하며 집행을 지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 최소 48시간 이상 지속되게 됐다.

이번 새 정부조직법의 발효에 따라 장관이 자동해임되는 부처는 재정경제원 통일원 외무부 내무부 문화체육부 통상산업부 총무처 과학기술처 공보처와 정무1, 2장관실 등 11개다.

그밖에 장관급인 기획예산위원장 여성특별위원장 국무조정실과 차관급인 예산청과 식품의약안전청 등 5개 기관장도 공석으로 남아 있다.

다만 자동해임된 장관들의 경우 아직 국무위원 면직절차는 밟지 않았기 때문에 비상국무회의시에는 이들이 국무위원 자격으로 참여하게 된다.

청와대 문희상(文喜相)정무수석은 이들 부처의 경우 통폐합 이전의 부처 차관들이 차관역할을 계속 수행하며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상적인 업무를 챙기도록 했다고 밝혔다.

총무처도 이날 “공무원들은 동요하지 말고 지금까지 해온 업무를 당분간 계속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

이날 발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고건(高建)총리와 심우영(沈宇永)총무처장관이 부서했다. 김대통령은 직제개정안 및 공무원수당규정과 관련한 52건의 안건도 이날 함께 재가했다.

이날 김대통령의 법안 공포조치로 외교와 내정 사령탑인 외교통상부장관과 행정자치부장관의 공석으로 만약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의 대응태세에 중대한 허점이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정부조직법의 발효로 지난 나흘간에 걸친 ‘사실상의 행정공백’이 ‘법적인 행정공백’으로 공식화되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또 ‘김종필(金鍾泌)총리’ 인준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새 정부조직법의 발효를 서두른 것은 야당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다는 정치권의 비난도 거세다.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성급한 행동”이라며 “이는 상대를 존중하는 정당정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정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김대통령은 2일 국회에서의 ‘김종필총리’ 임명동의안 처리결과와 관계없이 조각을 단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에도 고총리의 제청을 받아 각료를 임명한 뒤 곧바로 총리서리를 임명, 당분간 총리서리체제로 내각을 운영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김종필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김총리지명자를 다시 총리서리로 지명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많다고 판단, ‘제삼 의 인물’을 총리서리로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이번 정부조직법의 발효로 부처는 생겼으나 결재권자인 장관이 없고 법적으로 조직을 갖췄으나 직원은 없으며 장관은 아니나 국무위원 자격은 있는 등 뒤죽박죽인 기형적 행정이 조각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이같은 ‘유령조직’ 하에서 이뤄진 각 정부부처의 행정행위의 효력에 대한 법적 논란이 빚어질 수 있는 등 예상되는 후유증도 간단치 않다. 청와대의 한 실무담당자도 “일단 행정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임채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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