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이모저모]연설도중 감정 북받친듯 말잊기도

  • 입력 1998년 2월 25일 19시 56분


25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제15대 대통령의 취임식은 전직대통령과 외빈을 비롯한 각계각층인사 등 4만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입장 및 취임선서〓오전 9시59분 김대통령과 이희호(李姬鎬)여사를 태운 링컨 컨티넨털 대통령1호차가 단상 뒤 의사당 현관에 도착하면서 취임식의 막이 올랐다. 승용차가 도착하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방아타령이 울려퍼졌으며 4만5천여명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손을 들어 답례한 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비롯한 전직대통령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김대통령은 고건(高建)총리의 식사에 이어 취임선서를 했다. 김대통령은 오른손을 들고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고 선언했다. 선서를 마치는 순간 15대 대통령을 상징하는 1천5백마리의 비둘기가 21발의 예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창공으로 날아올랐고 세계적 성악가인 소프라노 조수미(曺秀美)씨가 ‘동방의 아침나라’를 축가로 불렀다. ▼취임사 낭독〓김대통령은 30분 가까이 취임사를 낭독하면서 일부 대목에서는 감정에 북받쳐 두세차례 울먹이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연단 앞에 설치된 프롬프터에 나타나는 취임사를 읽어 내려가면서 간간이 특유의 ‘칼도마’제스처를 사용했으며 참석자들은 수십차례의 박수로 화답하면서 여러차례 ‘옳소’라는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국가부도위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과…”이라며 말을 맺지 못하고 잠시 울먹이다 “…고통을 요구받고 있다. 도대체 우리가 어찌해서 이렇게 됐는지 냉정하게 돌이켜봐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통령은 이어 “이러한 파탄의 책임은 ‘장래를 위해’ 국민앞에 마땅히 ‘분명히’ 밝혀져야 함을 ‘강조해 마지않는다’”며 원고에 없던 수사를 추가, 진상규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야당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대목에서도 원고에 없던 “미안한 얘기지만 난국에 여러분의 책임도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해 간절히 호소한다”는 말을 추가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국난극복과 재도약을 반드시 이룩할 수 있다” “제가 여러분의 선두에 서겠다”고 누누이 역설했다. ▼국민대화합행진〓취임사 낭독에 이어 성악가 조수미 고성현씨와 연합합창단이 ‘내 나라 내 겨레’를 합창하는 가운데 군통수권을 상징하는 여단급 이상 군기수단이 먼저 행진을 벌였다. 이어 전국 시군구 기수단, 63개국 해외동포 및 민간단체 기수단이 차례로 단상 앞을 통과했다. 그리고 서울의 어가(御駕)행렬을 필두로 △강원 성화굿 △충북 청풍명월 △광주 고싸움놀이 등 전국 16개 시도를 상징하는 풍물패가 차례로 단상 앞을 지나는 국민대화합행진이 이어졌다. 국민대화합행진은 취임식 행사가 끝난 뒤 국회의사당을 빠져나가 마포대교 남단까지 계속됐다. ▼기념식수〓김대통령 내외는 폐식선언에 이어 국회의사당 앞마당 국기게양대 뒤편에서 16개 시도 및 이북5도 지사들과 함께 ‘화합의 나무’로 이름붙여진 12년생 소나무를 기념식수했다. 김대통령은 삽을 들고 전국 21개 시도(북한 포함)에서 채취해온흙을골고루뿌리고 전국 명산에서 길어온 물을 주었다. 이어 김대통령은 국회 정문까지 중앙통로를 통해 걸어가면서 군장성단 3군 사관생도대표로부터 거수경례를 받았으며 주한외교사절 시민들과 악수를 나눴다. ▼식전행사〓식전행사는 오전 8시50분에 지난 대선 당시 김대통령의 로고송이었던 ‘DJ와 함께 춤을’‘빅토리’ 등이 울려퍼지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각 도 아리랑모음과 북의 대합주에 이어 국민대화합을 상징하는 ‘합토합수제(合土合水祭)’가 진행됐다. ▼야당의원 참석자〓한나라당에서 조순(趙淳)총재와 이한동(李漢東)대표가, 국민신당에서 이만섭(李萬燮)총재와 이인제(李仁濟)고문이 각각 당을 대표해 참석했다. 그러나 야당의원들은 한나라당 김영구(金榮龜) 서정화(徐廷和) 이신범(李信範)의원 등 5,6명만이 모습을 나타냈다. 〈최영묵·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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