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 분노 못가눈채 訪美길 올라

  • 입력 1998년 2월 22일 21시 51분


22일 오후 일주일간의 미국 방문길에 오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대선 패배 이후 이명예총재는 재기를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해왔으나 꼬여가는 정국에 설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해왔다. 더구나 김대중(金大中·DJ)비자금사건과 관련, 검찰의 조사요구와 함께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으로부터 ‘여론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타고난 정치인’이라는 비난까지 들은 직후여서 그의 얼굴에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그러나 그는 김총장의 발언에 대해 직접 대응을 피했다. DJ비자금사건의 고발인은 한나라당인 만큼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게 이명예총재의 반응이었고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은 연이틀 비난논평을 통해 이명예총재 대신 김총장을 맹공했다. 하지만 이날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그는 김총장 발언내용을 전해들은 뒤 측근들에게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명예총재의 측근은 “(검찰은) 한마디로 나쁜 놈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총장과 싸워서 득(得)될 일이 있겠느냐’는 판단에 따라 공식대응은 당에 맡기기로 내부입장을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이명예총재의 이번 미국행에도 같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 특별명예상 시상식 참석 때문이라는 것이 공식이유이지만 김차기대통령의 취임식, DJ비자금수사 등 자신이 직접 반응을 보이기 싫은 현안들을 비켜가거나 ‘무시’하려는 속내가 깔려있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여하튼 그런저런 정치적 상황 탓인지 이날 이명예총재를 수행한 신경식(辛卿植)비서실장과 이흥주(李興柱)특보 등 측근들의 ‘공항표정’도 역시 무거워 보였다. 〈김창혁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