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반응]주고받기 협상…행정개혁 퇴색

  • 입력 1998년 2월 17일 06시 40분


임시국회 폐회일인 17일 국회에서 의결한 정부조직개편안을 살펴보면 당초 여권이 내건 행정개혁의 취지가 크게 퇴색한 감이 짙다. 여야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차원이 아니라 당리당략과 주고받기식의 협상을 하는 바람에 ‘작은 정부’ 구상은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심의위(정개위)는 당초 현행 23개 부처 중 7개 부처를 통폐합해 16개 부처로 줄이는 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개위에서 폐지키로 의견을 모았던 해양수산부가 살아나 정부부처가 다시 17개 부처로 늘어난 것은 해양입국 등의 명분론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해양수산부의 존속은 야권의 강력한 요구와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주례회동 결과에 힘입어 가능했다. 해양수산부가 살아나는 바람에 기존의 정부조직개편안은 연쇄 변화가 불가피했다. 농수산부는 농림부로 바뀌고 환경부로 갔던 산림청이 농림부로 다시 돌아왔다. 이와 함께 여야는 ‘상호체면 살려주기용’으로 예산업무를 기획예산위와 예산청으로 나누는 바람에 새로운 외청만 하나 더 늘렸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게 됐다. 또 조달청 병무청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 각부처 외청기관장의 직급을 현행 차관급에서 1급으로 낮췄다가 다시 차관급으로 환원시켰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총무처 법제처 공보처 등 ‘힘없는 부처’만 없어지고 나머지는 현상을 유지하거나 일부 부처에는 오히려 외청이 신설되는 등 기구가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신여소야대 정국’이라는 실험무대에서 힘겨루기로 맞서 초반부터 팽팽하게 대립하다 막판에 ‘벼랑끝 대타협’을 이뤄냈다. 여야는 17일간의 회기동안 많은 진통을 겪었지만 김차기대통령의 개혁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처리를 성사시켜 새로운 여야관계를 정립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보였다. 당초 여야는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뤄낸 고용조정 관련법안 등의 처리와 기업구조조정 문제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따라서 임시국회가 막바지로 흐르면서 여야는 ‘경제적인 사안’보다는 정부조직개편 및 인사청문회 등 ‘정치적인 사안’을 둘러싸고 갈등과 대립을 빚었다. 거야인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 법안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하는 등 기존의 야당과는 다른 공세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따라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의 한계를 뼈저리게 절감한 여권은 앞으로 정국상황에 따라 정계개편을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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