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자는 26일 오후 국회 총재실에서 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과 김동진(金東鎭)국방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안기부와 국방부는 과거 김당선자의 최대 비토그룹이었다는 점에서 그동안 경제부처의 보고 때와 달리 이날 총재실 주변에는 긴장감까지 흘렀다.
특히 권안기부장의 업무보고에서 김당선자는 『솔직히 우리 당과 안기부는 껄끄러운 관계였다』며 직설적으로 과거의 악연(惡緣)을 감추지 않아 권부장을 비롯한 안기부 간부들이 상당히 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92년 대선 당시 부산경찰청장으로 「초원복집」사건 연루자였던 박일룡(朴一龍)1차장에게는 『우리는 과거부터 인연이 많지 않으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1,2,3차장 기획조정실장과 함께 온 권부장은 먼저 김당선자에게 『바쁘신데 저희까지 불러서 보고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고 김당선자는 권부장의 옆에 서 있던 신정용기조실장을 가리키며 지위와 역할을 물었다.
이에 권부장은 기조실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전에 문제가 됐던 사람은 운영차장』이라고 답변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와 특수관계로 「인사개입」파문을 일으켰던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김당선자는 또 1,2,3차장의 역할을 차례로 확인하면서 『해외경제 정보수집업무는 어디에서 담당하느냐』고 묻는 등 최근의 경제상황과 관련한 안기부의 역할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어 권부장이 북한의 최근동향과 동북아정세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으며 김당선자는 북한의 경제사정과 북한에 진출한 기업인들의 어려움, 북―일(北―日)관계 등에 대해 질문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김당선자는 특히 『안기부가 국내 정치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평소의 지론을 강조하면서 『국가안보와 동북아환경에 비추어볼 때 안기부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불안해하지 말고 열심히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권부장은 『통치권자의 보좌기구로서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배석했던 천용택(千容宅)의원이 전했다.
김당선자는 권부장의 요청으로 오후 4시반경부터 배석자들을 물리치고 30여분 동안 단독면담했다. 권부장은 면담내용에 대해 『국가안보상황에 대해 소상하게 질문을 해 소상하게 답변했다』고 밝혔다. 문서파기에 대해서는 『언론에 왜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 알아봐야겠다』며 부인했으며 오익제(吳益濟)사건에 대해서는 『질문도 보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독면담 후 김당선자는 상기된 표정으로,권부장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총재실을 나서 상당히 깊은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았다.
이에 앞서 오후 2시경 김국방장관의 업무보고에서 김당선자는 이번 선거기간에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선거가 차질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국방을 잘 지켜줘서 고맙다. 앞으로 2개월간의 과도기에 지휘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국가안보를 위해 수고해 주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국방장관은 20여분간 북한군의 동향과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대해 보고했으며 『외환위기의 여파로 군에도 어려움이 많다. 환차손이 커서 무기도입계획이나 군의 국방체계 운용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건의하기도 했다. 김당선자와 김장관도 업무보고가 끝난 뒤 5분여간 단독면담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