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앞이 보인다』 한숨돌린 金당선자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4분


대통령에 당선한 이후 줄곧 「경제살리기」에 매달려온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24일 다소 한숨을 돌린 듯한 표정이었다. 경제위기에 대한 김당선자의 언행에서도 분노와 허탈을 넘어선 자신감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김당선자는 이날 국민회의 당사 기자실에 들러 『이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낙관을 할 수는 없지만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전망은 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당선자의 이같은 시각은 사태의 마무리가 아니라 그 해결의 출발점, 실마리를 찾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며칠 동안 부랴부랴 미국 일본 등 주요국가의 정부 및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금융기구와 1차접촉을 끝낸 결과 차기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본적인 신뢰를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런 토대에서 이제부터는 국제사회에 공약한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조치를 계획대로 실천에 옮기는 단계로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23일 「12인비상경제대책회의」의 활동개시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김당선자의 이같은 언급은 국민에게 지나친 불안감을 안겨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김당선자는 이런 인식위에서 24일부터는 경제6단체장 소비자단체대표 등 민간부문 경제관련인사들과의 접촉을 시작했다. 경제위기극복의 대전제인 국민적인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다. 경제5단체장 및 농협중앙회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김당선자는 「철저한 시장경제체제확립」을 거듭 강조하고 재계에 안정감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실패한 기업은 정리하고 세계시장에서 이긴 기업은 애국자로 간주,지원하겠다』 『권력 때문에 고통받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언제든지 문제가 있으면 자유롭게 얘기하라』 이 자리에서 구평회(具平會)무역협회회장은 『그동안 정부의 귀가 불안정하게 열려 있었다.(국제사회에)확신을 못줬던 것은 정부가 기업과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현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최종현(崔鍾賢)전경련회장은 『5년만에 경제인으로서는 속이 시원한 얘기를 들었다. 요즘 경제인들은 죄인중의 죄인이나 이를 악물고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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