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겨울은 춥고 어둡다. 대선 패배의 상처와 절망을 비유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추위와 어둠을 느끼고 있다.
선거일 직후부터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에는 난방과 더운물이 안나올 때가 많다. 이때문에 사무실에서 외투를 입고 있는 직원들도 있다. 직원들이 출근한 사무실도 조명비를 아끼느라 겨우 글씨가 보일정도로 어둡게 하고 있다.
이제 한나라당은 야당이 어떤건지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을 거치면서 단 한번도 야당이 돼 본 적이 없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에겐 고통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무처 직원들은 20일 12월분 월급을 받았으나 연말보너스 없이 본봉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두려운 일은 감봉이 아니다.
당내에서는 벌써 연말, 혹은 연초 「대량학살설」이 돌고 있다. 한나라당 사무처직원은 중앙당과 시도지부 등을 합쳐 대략 8백명선. 이중 「잘되면 반타작설」부터 「1백명 생존설」까지 나오고 있다. 직원들은 『이 경제위기에 잘리면 취직할 데가 어디있겠느냐』고 우울한 표정들이다.
선거때 특보나 보좌역 등으로 영입한 원외인사와 외곽지원기구 등의 직원 수백여명도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당사에서 눈에 띄기도 하는데 『집에 있자니 눈치가 보여서…』라는 게 출근 이유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빚독촉도 쏟아지고 있다. 당의 총부채는 신당사 건축비 등을 포함, 2백30여억원에 달하지만 돈 나올 곳이 없다. 당 재정위원과 후원회원들의 지원도 완전히 끊겼다. 선거에 지고 손을 벌릴 엄두도 못내지만.
팔려고 내놓은 시가 5백억원 상당의 천안 중앙연수원도 경제위기 탓인지 임자가 나서지 않는다. 당 지도부는 여의도 중앙당사도 일부만 쓰고 임대하거나 아예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寒波)앞에서는 「금배지」들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지구당 재정위원과 후원회원들이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특히 이달부터 지구당 사무국장 조직부장 월급 등 3백만원 가량의 지구당운영비 지원이 중단되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서럽고 우울한 한나라당의 겨울 풍경이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