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대선/광주-전남북 투표 스케치]

  • 입력 1997년 12월 18일 21시 37분


[광주] ○…이날 정오까지 광주지역 투표율이 예상을 깨고 6대 광역시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36.6%를 기록하자 광주시선관위측은 『마감시간대에 가서는 전국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반응. 국민회의측은 『영남지역 몰표를 자극할 초반 무더기투표를 자제하고 오후 4시 이후 투표하자는 그동안의 설득이 주효한 것』이라고 풀이. 광주 전남대병원에 입원중인 김두식(58·광주 남구 백운1동) 최단순씨(69·여·〃) 등 환자 2명은 오전 10시40분경 병원측이 마련해 준 구급차와 휠체어를 타고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소중한 한표를 행사. 각각 심장질환과 고혈압으로 지난달부터 장기입원중인 이들은 『당장 쓰러지더라도 주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편의를 제공한 병원측에 감사. 오전 11시반경 광주 북구 운암3동 제4투표소가 설치된 운암중 1층복도에서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최운천(崔雲天·82·운암동 미라보아파트)씨가 갑자기 쓰러져 사망. 최씨의 아들 귀남씨(45·회사원)는 『투표를 마치고 학교 복도를 걸어 나오던 아버님이 갑자기 주저앉으면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숨을 거뒀다』며 오열. 〈광주〓김권기자〉 [전북] ○…오전 8시20분경 전북 김제시 죽산면 제2투표소인 대창창고에서 투표를 하던 이 마을 오연봉씨(57)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기표하려다 실수로 다른 후보에게 기표를 했다며 휴대용라이터로 투표용지에 불을 붙이자 선관위 관계자들이 황급히 제지. 이 투표용지는 80%가량 탄 채 투표함에 넣어졌는데 선관위측은 『무효처리될 것』이라고 해석. 전북 익산시 ㈜제일건설 대표 윤여웅씨(50)는 미국에 유학중인 친구의 딸 김모씨(22)가 환율이 올라 투표를 포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13일 2백여만원 상당의 왕복항공권을 구입, 김씨에게 보내 김씨는 이날 전주 중앙성당 투표소에서 신성한 한 표를 행사. 윤씨는 『21세기를 이끌어갈 대통령 선거에 젊은이들이 기권해서는 안된다는 평소의 신념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설명. 또 투표개시 10여분전인 오전 5시50분경 전주시 완산구 남노송동 1투표소의 투표함 열쇠가 맞지 않아 소동이 벌어졌으나 선관위측은 제2투표소의 열쇠와 바뀐 사실을 밝혀내고 곧바로 열쇠를 맞바꿔 오전 6시부터 정상적으로 투표가 진행. 군산시 수송동 김흥룡씨(42)는 17일 부친이 사망해 상중임에도 이날 오전 일찍 어머니와 함께 투표. 〈전주〓김광오기자〉 [전남]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의 고향마을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하의북초등교에 마련된 제1투표소에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 김후보의 큰형수 박공심(朴公心·75)씨와 조카 김홍선(金弘宣·33)씨는 투표가 시작되기 30분전에 북초등교에 나와 순서를 기다리다 맨먼저 투표. 김후보의 5촌인 김춘배(金春培·85)씨는 전통 유교복장에 갓을 쓰고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장에 나와 눈길을 끌기도. 면사무소측은 『92년 대선때 투표율이 86.5%였으나 이번 대선은 관심이 높아 투표율이 다소 올라갈 것』이라며 『외지에 있는 주민 3백여명이 하루 두차례 뿐인 뱃길의 불편을 마다않고 투표하러 오는 등 어느 때보다 열기가 높다』고 말했다. 해발 1천5백7m 노고단 정상에서 근무중인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남부관리사무소 직원 4명은 이날 오전 7㎞이상 떨어진 구례 화엄사 부근 마산초등학교 투표소까지 눈길을 뚫고 내려와 투표. 이들 직원은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 아이젠을 신발에 끼우는 등 「완전무장」 차림으로 산세가 험한 지리산 횡단도로를 2시간여만에 주파, 투표소 종사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구례·하의도〓홍건순·정승호기자〉 ○…지난 9월 중순경부터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큰 아들 정연(正淵·34)씨가 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17일 밤 상경. 이씨는 17일 오후 4시 반경 서울 번호판을 단 프린스 승용차를 타고 소록도를 빠져 나간 것으로 확인. 병원측 관계자는 『이씨의 짐이 모두 남아 있고 병원측에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봐서 투표후 다시 소록도로 와서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언급. 자원봉사자 김모씨(39·여)는 『이씨가 그간 병원에서 생활하며 물품 구입을 위해 단 한번 육지로 나갔다 온 외에는 병수발에만 전념했다』고 전언. <소록도=이명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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