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大選앞두고 잇단 「DJ 공개지지」 속셈은?

  • 입력 1997년 12월 14일 20시 30분


월북한 오익제(吳益濟)씨가 지난달 20일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에게 편지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북한 정당 종교단체 대표 명의의 김후보지지 편지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오씨는 12,13일 연이어 북한의 대남전용방송인 평양방송을 통해 자신의 월북이 국민회의와 관련이 있으며 김후보의 3단계 연방제통일안이 북한의 연방제통일방안과 일부 상통한다고 주장했다. 또 13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최근 평양을 다녀온 재미교포 김영훈(金暎勳)목사가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 김병식위원장이 김후보에게 전해달라는 편지 1통 등 3통의 편지를 건네받았다』며 편지 사본을 공개했다. 국민회의는 대선을 며칠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북풍(北風)」이 휘몰아치고 있는데 대해 『북한이 김후보를 음해해 낙선시키려는 대남전술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12일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주재로 「북풍 비상대책회의」를 연 뒤 『오익제 편지, 오익제 방송, 친북인사의 도쿄회견 등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대남공작은 김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술책』이라고 규정했다. 정부 당국자들도 오씨의 평양방송 발언에 대해서는 『북한이 오씨를 활용, 한국사회 내부에서 색깔논쟁을 일으켜 선거정국을 교란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국민회의와 일맥상통한 분석을 내놓았다.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베이징 도쿄 등지에서 친북인사들이 잇따라 갖고 있는 회견에 대해서는 안기부의 조작이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일련의 편지사건이 터지기 전인 7일 『오익제 편지사건 이후 안기부내에서 선거에 개입하려는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음을 포착했다』며 『대선 투표일까지 계속 이상한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북풍」과 같은 구태의연한 수법이 국민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판단에 따라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한편 한나라당은 14일 이한동(李漢東)대표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김후보의 대북커넥션문제는 북한의 음모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라며 『김후보는 북한의 장난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지 말고 사건의 본질에 대해 자진해명하라』고 공격했다. 이대표는 이어 △김후보 주변에서만 북한관련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 △오익제와의 관계 △김병식으로부터 20만달러를 받았는지의 여부 △북한 정당 종교단체 대표들의 지지 이유 등을 먼저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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