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학자들은 「21세기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비전제시」를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며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인물과 정책을 꼽았다.
정치학자들은 현재까지 선거운동 과정에서 금권 및 관권선거는 과거보다 개선됐으나 정책대결 부재(87.3%)와 지역감정(86.9%) 흑색선전(93.4%) 등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사실은 동아일보사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소장 이정복·李正馥 정치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21일부터 닷새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북대 부산대 충남대 전남대를 비롯한 전국 50여개 대학의 한국정치학회 소속 교수 2백명을 대상으로 면접 및 전화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정치학자들은 차기 대통령의 덕목으로 비전제시(43%) 도덕성(29%) 경륜(11.5%) 추진력(11%) 포용력(5.5%) 등을 들었다.
유권자가 투표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인물(44.5%)과 정책(44%)을 중시한데 비해 정당(10%)은 크게 낮았다.
조사 대상자의 80% 이상은 이번 대선에서 정책대결 부재와 지역감정 및 흑색선전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에 금권과 관권개입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7.8%)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이번 대선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으며 56.3%는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집권당 탈당에 대해서는 탈당의 명분으로 내세운 선거의 공정관리 기여(10.3%)보다는 책임 정당정치의 실종(40%)이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더 끼칠 것으로 보았다.
최근 김영삼정권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 부족(77%)을 꼽았으며 정치발전을 위해 역사바로세우기와 금융실명제는 각각 56%와 80%의 정치학자들이 지속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정복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정치학자들은 세대교체보다 정권교체와 3김 정치 청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내각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며 『이는 정치학자들이 이상적인 정치상에 무게를 두고 응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현두·윤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