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저녁 개최된 동아일보주최 3당 대통령후보 초청 합동토론회는 공식선거운동돌입 후 처음으로 열린 후보자간 합동토론회라는 점에서 종전의 후보 토론회와는 의미가 달랐다.
더욱이 24시간 방송 뉴스채널인 YTN과 CBS가 토론회를 생중계했다는 사실도 토론회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후보자간 합동토론회가 처음으로 허용됐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합동토론회에 보이는 관심은 각별하다. 따라서 이번 합동토론회가 앞으로의 선거판도와 각후보 진영의 선거운동 양태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 시각이다.
3당 후보들도 이번 토론회에 대비, 상당기간 참모회의와 사전리허설을 거치는 등 예전과는 다른 각오로 임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가 앞으로 TV3사가 공동중계하는 12월1일,7일,14일 세차례 합동토론회의 「예비고사」와 같은 성격을 갖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의미에 걸맞게 이날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 국민회의의 김대중(金大中), 국민신당의 이인제(李仁濟)후보 등 3당 후보들은 주요현안과 쟁점을 둘러싸고 서로 공방의 상대를 바꿔가며 첨예한 설전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세 후보는 첫 쟁점인 경제위기상황의 진단과 처방에 대해서는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으나 「책임」부분에서부터는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였다.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문제와 관련, 세후보 모두 자신들에게도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본질적인 책임은 상대방에게 떠넘겼다.
즉 이회창후보는 김대중후보의 「노태우(盧泰愚)비자금 20억원 수수사실」과 이인제후보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각별한 관계를, 김대중후보는 이회창후보가 김영삼정권아래서 당정의 고위요직을 지낸 사실을 각기 제기하며 가시돋친 설전을 벌였다.
후보자간 연대에 관해서도 세 후보간에 뜨거운 공방전이 전개됐다. 이회창 김대중후보는 서로 상대방의 연대를 「야합」이라고 공격했고 이인제후보는 두 연대 모두를 비난했다.
이날 정치현안 중 가장 후보간 논쟁이 치열했던 쟁점은 지역감정 부추기기 문제였다. 이와 관련, 김대중후보가 이회창후보측의 「우리가 남이가」라는 발언을 맹공했고 이회창후보는 호남의 편중지지현상을 공박했다.
특히 이회창후보가 『영남출신후보가 영남에 가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주장을 하면 문제지만 비영남후보는 문제가 안된다』는 논리를 펴 김대중후보로부터 『어디 출신이든 정치지도자는 그런 선동을 하면 안된다』는 공박을 당했다.
세후보의 「아킬레스건(腱)」인 두아들병역기피의혹, 노령(老齡), 경선불복을 둘러싼 일진일퇴도 토론회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경제위기극복과 관련해서도 세후보는 자신의 자질과 대책이 더 유용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위선점을 위해 경쟁을 벌였다.
특히 이날 관심을 끈 대목은 세 후보간의 복잡미묘한 설전양상이었다. 이날 이회창 김대중후보는 거의 사사건건 첨예한 대립을 보인 반면 이인제후보는 다소 다른 입장이었다. 즉 이회창후보와는 대립관계를 드러냈으나 김대중후보와는 「일면 대립, 일면 공조」의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또 이회창 이인제후보는 타 후보에 대해 시종 상당히 공격적인 태도로 토론에 임했으나 김대중후보는 가능한 한 첨예한 대립은 피하고 논리적 공박에 치중하는 자세를 취했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