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31일 중앙당 사무처요원 전체회의에서 DJP합의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조총재권한대행의 말대로 「DJP 공동정부안」은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이라는데는 이론(異論)이 없는 것 같다.
합의문에 명시된 「민주화 주도세력과 근대화 주도세력의 연대」는 90년 1월에 있은 3당합당때의 명분과 비슷하지만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3당합당이 민주화세력이 집권당과의 합당을 통해 집권을 모색한 것이라면 DJP는 민주화세력이 다른 야당과 「정당간 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박선숙(朴仙淑)부대변인은 이를 『흡수통일과 평화통일의 차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한상진(韓相震)서울대교수는 DJP공동정부를 『보수를 대표하는 김종필(金鍾泌)총재와 변화를 추구하는 김대중(金大中)총재가 대승적 협력관계를 정착시킨다면 이는 한국사회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합의문은 아직 말 그대로 「문서」일 뿐이다. 양당은 이날 합의문에서 『굳건한 신뢰와 대타협의 정신으로 연대방안에 합의했다』고 선언했지만 실행과정 역시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중간평가 약속파기, 3당합당의 내각제각서 파동, 그리고 김대중총재의 정계은퇴선언 번복 등 우리 정치사는 숱한 위약(違約)으로 점철돼 왔다.
공동정부 합의문 자체에도 불안요인은 곳곳에 숨어 있다. 우선 양당은 공동정부 출범 즉시 내각제 개헌안 추진과 관계법안 준비를 위해 「(가칭)내각제개헌추진위」를 설치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국이 개헌논의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해주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김대중 공동정부 대통령」의 2년3개월 임기는 개헌론에 발목이 잡혀 표류할 가능성도 크다.
정가 일각에서는 그럴 경우 「김대중 공동정부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했던 것처럼 내각제 개헌약속을 파기, 정국을 「수렁」으로 몰고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또 내각제개헌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자민련의 지상목표인 「내각제개헌」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실세총리」를 맡고 있는 자민련측과의 국정갈등도 예상된다.
김대중총재는 이날 광주에서 『이번의 야당연대를 통해 호남출신 충청출신 영남출신이 손잡게 됨으로써 더 이상의 지역주의 조장은 없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번 연대가 과연 그런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