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연합/반대]김광웅 서울大행정대학원 교수

  • 입력 1997년 10월 28일 19시 47분


「DJP연대」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구시대정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전형적인 사건」이다. 우리나라 정당사를 돌이켜 볼때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철새처럼 이 당 저 당을 기웃거리고 선거전에 힘을 합쳤다가 선거후에 헤어지는 구태를 반복해왔다. 3당 합당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최근 신한국당을 들여다보면 결국 갈등과 내분만 키워왔고 국가 전체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요컨대 「DJP연대」도 구조적으로 갈등과 혼란을 잉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근대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연대라고는 하지만 신한국당꼴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욱이 이데올로기를 달리하던 두 정당이 단 하나의 목적,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닌가.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굳이 「야합」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지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고 환영할 수 없다. 그런 갈등으로 인해 국가의 장래가 어두워지고 국민만 골탕을 먹기 때문이다. 두 김총재는 국민투표를 통해 권력구조를 내각책임제로 개헌하겠다고 하는데 국민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그 동기나 내용이 한국정치를 발전시키겠다는 점에서 고려했다기보다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당리당략적 입장에서 수용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 또 김대중(金大中)총재가 내각제를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승리를 위해 자신의 입장을 바꿨다면 「상황변경의 원칙」에 따라 다시 내각제를 포기할 수도 있고 그럴 경우 정쟁(政爭)등 심각한 혼란과 분열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물론 대통령제든 내각제든 모두 민주주의 체제이지만 개인적으로 내각제가 아직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공천을 팔고 사는 등 대의제가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운영을 정치인에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것이다. 정당은 정권을 잡는 게 목적이고 그것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정치판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다. 이번 대선에서 내각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수상이 될지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밝히겠다는 것 자체는 「반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일면 투명한 측면도 있다. 정치라는 것은 하던 사람이 계속 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21세기를 앞두고 이질적인 두 세력이 힘을 합쳐 권력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개헌을 논의하고 구체적으로 권력을 나누고 하는 모습이 옳은 지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김광웅<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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