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김대중총재 「밀약설」또 논란…獨對 뒷말 무성

  • 입력 1997년 10월 25일 21시 30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간의 24일 청와대 회동을 둘러싸고 정치권안팎에서 「밀약설」이 무성하게 대두되는 분위기다. 회동을 전후한 정황도 그렇지만 특히 두 사람이 배석했던 조홍래(趙洪來)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물리치고 단 둘이 1시간여동안 대화를 나눈 점이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두 사람간의 「밀약설」을 가장 강도높게 제기하는 쪽은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이다. 이총재가 김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자마자 김대통령은 탈당을 거부하는 대신 그동안 김총재가 요구해왔던 청와대 회동을 수용한 것부터이총재측으로서는 불쾌한 일이아닐 수 없다. 또 일정협의 절차를 밟으면서 조수석이 김총재를 가장 먼저 찾아가 회동일정을 1순위로 잡은 것에 대해서도 이총재측은 작지 않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총재측이 무엇보다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은 회동내용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거나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김대통령의 언급이 공개된 사실을 이총재측은 범상한 일로 보지 않는다. 김대통령의 입에서 「사후보장」얘기가 나온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보는 게 이총재측 시각이다. 즉 김대통령이 비자금수사유보의 대가로 김총재로부터 「임기후 보장」을 받았고 대선에서의 지지를 암묵적으로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게 이총재측이 제기하는 「밀약설」의 요체다. 이총재가 이처럼 김대통령을 믿지 않는 것은 『김대통령이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의 탈당을 용인하고 검찰에 비자금수사유보를 지시하는 등 「이회창 죽이기」를 원격조정하고 있다』는 뿌리깊은 의심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의 반응은 한마디로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25일 『이총재측이 하도 문제를 삼길래 대통령에게 직접 「두분간에 무슨 약속이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이번 회동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한 것인데 김총재와 밀담을 나눌 게 뭐가 있느냐」고 일축하더라』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이총재에게 할 수 있는 지원은 다 해줬다』며 『그러나 이총재가 김대통령에게 칼을 들이대는 상황에서 김대통령이 「등거리행보」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말한다. 김총재도 강력하게 「밀약설」을 부인했다. 김총재는 25일 『과거에도 회동 때는 배석자가 없어 전례대로 한 것』이라며 『맹세코 밀약은 없었으며 밀약할 이유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김총재는 이에 앞서 24일 SBS TV토론회에서도 『회동의 목적이 공명선거인데 공명선거를 놓고 밀약할 게 뭐가 있느냐』고 일축했다. 국민회의측은 김대통령과 조순(趙淳)민주당총재의 회동도 배석자없이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김대통령과 이총재가 적(敵)으로 돌아선 상황을 감안하면 김대통령과 김총재간의 회동에 대한 구설(口舌)은 상당기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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