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회동/청와대-각당 표정]

  • 입력 1997년 10월 24일 20시 54분


가파르게 전개되는 대선정국의 와중에서 이뤄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간의 양자회동은 24일 오전 8시경부터 1시간20분 동안 예상했던대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조찬장소인 본관2층 백악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대통령은 김총재가 유재건(柳在乾)비서실장과 함께 들어서자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자』고 인사를 건넸고 김총재는 『그렇게하자』고 화답했다. 당초 이날 회동은 「밀실담합」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조홍래(趙洪來)청와대정무수석이 배석키로 했으나 김총재측의 요청으로 조수석은 20분간 조찬만을 함께한 뒤 물러나 1시간여 동안 단독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수석은 회동이 끝난 직후 김대통령으로부터 발표문안을 구술받아 오전 9시45분경 기자실에서 내용을 발표하면서 두세차례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강조, 양측이 모두 만족스러운 회동이었음을 시사했다. ○…김대통령은 회동자리에서 정치권 안팎에서 「사후보장문제」를 거론하는 데 대해 불쾌감을 표명한 뒤 오전 10시35분부터 시작된 수석보고회의 석상에서도 재차 자신의 입장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수석회의에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불쾌했다. 나는 소신대로 일하고 극기(克己)를 해왔다. 나는 뭘 두려워하는 사람도 아니다』는 얘기를 했다고 신우재(愼右宰)대변인이 전했다. ○…김대통령과 조찬회동을 마친 뒤 오전 9시45분경 활짝 웃는 얼굴로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한 김총재는 6층 대회의실에서 기다리던 TV기자들이 카메라를 비추자 황급히 굳은 표정으로 바꿔 「표정관리」를 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회의장에 입장한 김총재는 자리에 앉아 양복 안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보며 김대통령과 자신의 발언내용을 20여분에 걸쳐 설명했다. 김총재는 김대통령의 발언내용을 소개하면서 『…라고 말씀하셨다』는 등 존칭을 사용했고 『회담결과에 만족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체로 그런 편』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총재는 또 『오늘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1시간 이상 충분히 격의없이 얘기했다』며 『앞으로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좋은 합의점에 도달했다』고 회동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브리핑이 끝난 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이 김총재에게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의사를 묻자 김총재는 『더 할말이 있을까…』라며 자리를 떴다. 그러나 김총재의 한 측근은 『김총재가 설명한 분량으로 볼 때 대화내용 중 30여분간의 분량만 공개한 것 같다』며 『총재의 표정으로 볼 때 두 사람만의 깊이있는 대화가 오고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의 한 측근은 이날 김대통령과 김총재의 회동결과를 두고 『김대통령과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통령이 「누가 대통령이 돼도 상관없다」 「정치자금 폭로를 사전에 알았다면 말렸을 것」이라고까지 말할 줄은 몰랐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총재측은 특히 1시간 가량 단둘이 회동을 한 데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한 측근은 『검찰수사 유보에서 드러났듯이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일치될 일은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총재 특보단은 이날 저녁 후원회 사무실에 모여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김대통령과는 갈데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결론내렸다. ○…자민련은 논평을 통해 『김대통령의 공정한 대선관리 의지가 천명된 것과 여권 일각의 정계개편 의혹을 불식한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측은 『김대통령이 공명선거 의지를 표명하고 특히 앞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신당(가칭)은 『김대통령의 말씀은 각 후보에 대해 등거리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꺼렸다. 〈이동관·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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