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총장 사표배경]『믿던 「창」에 찔렸다』

  • 입력 1997년 10월 23일 19시 40분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천운을 타고 난 사람이다. 반드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얼마전까지 이처럼 「신념에 찬」 얘기를 하던 신한국당의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23일 이총재에게 사표를 제출한 뒤 곧바로 지역구인 마산으로 내려갔다. 강총장의 사의표시를 당내에서는 「필연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강총장으로서는 「주군(主君)」과 다름없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이총재가 극한대립하는 상황에서 처신이 어려워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사정도 없지 않았던 듯하다. 강총장이 궂은 일, 좋은 일 가리지 않고 「윗사람」들에게 맹목에 가까울 정도의 충성심을 보여왔다는 것은 당안팎에 널리 알려진 일. 그런 강총장의 심경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이총재가 김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회견을 하기 전날인 21일이었다는 게 강총장의 측근들 얘기다. 강총장의 측근들에 따르면 그날 밤11시경 이총재에게 불려간 강총장은 회견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앞으로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나를 좀 도와달라』는 짤막한 얘기만 들었다는 것. 그리고 다음날 회견 직전 고위당직자회의에서 회견문을 배포받은 강총장은 내용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또 회견문 초안작성 과정에서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과 김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은 물론 「비자금 의혹제기가 금융실명제를 위반했다면 검찰이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려 했던 것도 강총장을 자극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이총재가 이 대목을 삭제했지만 강총장은 이총재에 대해 「섭섭함」을 느끼고 사퇴를 결심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강총장측에서는 비자금 의혹제기는 어디까지나 이총재가 주도했고 강총장은 「심부름」만 했다고 주장한다. 강총장의 한 측근은 비자금 의혹제기 경위에 대해 『이총재가 오래전부터 「DJ비자금」 조사를 측근들에게 지시했고 「DJP연합」이 기정사실화되는 듯하자 발표전날 강총장을 불러 자료를 내놓고 「나를 도와줘야겠다」며 발표를 부탁했다. 강총장은 고민 끝에 총대를 멨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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