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회견/향후행보]비주류 축출등 정면대결 선언

  • 입력 1997년 10월 22일 20시 37분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2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결별을 공식 선언,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背水陣)」을 친 채 연말 대선을 치르게 됐다. 이는 곧 이총재가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행로가 「외길」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외길은 「김대통령 밟고 넘어가기」 「3김과의 차별화를 통한 청산」 「개혁 이미지 부활」 등으로 집약된다. 이총재가 내디딜 첫 행보는 「비주류 몰아내기」가 될 것 같다. 이총재가 회견에서 김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이면에는 그동안 당에 남아 후보교체 등의 목소리를 높여 왔던 비주류에 대한 「최후통첩」의 의미도 짙게 깔려 있다. 김대통령이 탈당요구를 일축하자 이총재 진영에서는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날 회견을 주도한 윤원중(尹源重)총재비서실부실장은 『이제 더 이상 비주류를 끌어안는 데 소비할 시간이 없다』며 『지금부터는 해당행위자에 대해 가차없이 출당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회견문 초안에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었으나 주안점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삭제했다는 후문이다. 이총재측이 검토하는 또 다른 카드는 당명변경이다. 기왕에 김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바에는 확실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김대통령이 당을 떠나지 않고 버틸 경우 아예 당명을 바꿔 김대통령을 인위적으로 제거하고 신한국당에 잔존해 있는 김대통령의 색깔을 완전히 탈색시키겠다는 게 이총재측 생각이다. 이총재의 측근인 김영일(金榮馹)의원은 『우리가 외치는 「3김청산」의 핵심은 「YS청산」』이라고 말했다. 설령 김대통령 축출에 실패한다해도 이총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대통령을 「3김」의 범주에 포함시켜 철저하게 공격하고 무시하는 전략을 구사할 태세다. 이는 민의의 기저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는 「3김청산」 「구시대정치 종식」에 대한 요구에 부응, 대선에서 마지막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비록 당의 규모는 다소 줄어들더라도 생각을 함께 하는 정예세력이 이를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총재가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주류와의 일대 혈전(血戰)에서 이겨야 한다. 민주계 일부 등 비주류측의 정면대응 의지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이총재의 「경선자금」을 폭로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총재가 반대파 제거를 구체적으로 시작할 경우 신한국당은 선거운동은 고사하고 당 내분 정리에 엄청난 힘을 소모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그동안 주류측에 가담해왔던 민주계 중 적지 않은 인사들이 동요하고 있어 이탈폭이 이총재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김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이회창 죽이기」에 착수할 경우 이총재가 이를 감당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사실상 정치권을 향해 「전방위 투쟁」을 선언한 이총재가 버티기에 성공한다 해도 대선을 치러낼 여력(餘力)을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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