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의 지지율이 「DJ(김대중·金大中 국민회의총재) 비자금」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내자 20일 청와대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비자금정국」속에서 공개적인 의사표명을 자제해온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신한국당을 통한 정권재창출의 기대는 무망해진 것 같다』는 자탄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당내 일각의 「후보교체론」에 대해서도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노력해보지도 않고 후보를 교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부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날은 일제히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한 고위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후보교체론」이 나오는 것은 자연발생적인 일 아니냐』며 『이총재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라고 「이총재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측이 당장 신한국당내의 「후보교체론」에 동조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특히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당적포기 불가」를 여러차례 공언해왔고 이총재의 「완주(完走)의지」도 확고한 게 현 상황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당내 문제에 개입할 여지도 없는 만큼 사태추이를 좀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반(反)DJ연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점차 커지는 느낌이다. 한 핵심관계자는 『당쪽 사람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활로(活路)를 찾지 않겠느냐』며 조만간 당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어떤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다만 김대통령으로서는 「새판짜기」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힘과 명분을 모두 잃고 있다는 점을 청와대측은 인정한다. 이총재의 후보사퇴나 「조순(趙淳)―이인제(李仁濟)연합」의 막후추진에 청와대가 발벗고 나설 경우 자칫 이총재쪽은 물론 국민회의쪽으로부터도 협공을 받는 상황에 빠질 것도 청와대측은 걱정한다.
따라서 「반DJ연합」의 출현은 아직은 청와대가 내심 바라는 「희망사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