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국민회의,「고발카드」꺼내들고 『미적미적』

  • 입력 1997년 10월 11일 19시 59분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비자금 파동」의 와중에서 서로 상대측을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으나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상태다. 양당 모두 고발이라는 법적 조치가 가져올 후유증을 이모저모로 저울질을 계속하는 모습이다. 신한국당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에 대한 고발을 결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기 때문이다.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김총재의 「기업비자금」 내용을 발표한 10일 『조만간 김총재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었다. 내부적으로는 11일에 고발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총장은 11일 의원총회 후 홍준표(洪準杓) 정형근(鄭亨根)의원 등 법사위 소속의원들과 고발문제를 논의한 끝에 일단 고발을 유보하기로 했다. 의원들은 당이 직접 나설 것이 아니라 검찰수사를 유도하는데 주력하자면서 『14일 대검국감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검찰총장으로부터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내자』는 주장을 폈다는 후문이다. 또 검찰의 입장이 다소 변하는 듯한 기미를 보이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실제로 신한국당도 김총재를 고발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맞고발사태가 불을 보듯 뻔하고 대선이 이판사판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당초 목적과는 달리 신한국당에도 결코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4일의 국감이나 그 이후에도 검찰이 분명한 태도표명을 하지 않고 수사를 미룰 경우에는 다시 고발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회의는 8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과 중앙선관위에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강총장을 고소 고발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11일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엄포용」이 아니었느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11일 공식적으로 『고발은 이미 결정했으며 단지 그 내용과 시기를 놓고 검토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검찰에 고발할 경우 당사자인 김총재가 증인자격으로 검찰에 드나들어야 하는 것이 문제다. 이유와 경위야 어떻든 대선을 앞두고 좋은 모양새는 아니지 않느냐』며 당지도부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신한국당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고발 여부가 최종 결정되지 않겠느냐』며 신한국당의 후속 움직임을 지켜보며 결행여부를 결정지을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양당의 고발여부는 대검에 대한 국감이 예정돼있는 다음주 중반경에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최영묵·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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