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북한노동당 평안남도 당대표회가 김정일(金正日)을 당총비서로 추대키로 결정한 것은 김정일의 공식적인 권력승계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이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몹시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음에도 권력승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평남도 당대표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화된 김정일의 권력승계 움직임에는 두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당총비서직 승계만 언급했을 뿐 국가주석직은 전혀 거론치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김정일이 우선 당총비서직 승계만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김정일의 국가주석직 승계는 다른 절차를 밟아 연말 한국의 대선(大選)을 전후한 시점에서 이뤄질 것으로 정부당국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정권 창건 50주년을 즈음해 주석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번째 특징은 「도당대표회의 추대」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당총비서 선출시 꼭 거치지 않아도 될 절차를 굳이 도입한 것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전국적인 승계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도일 것으로 정부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노동당 규약상 당총비서는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선거토록 돼 있으며 여기에는 다시 세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당중앙위 전원회의만 여는 방법 △전원회의 선거뒤 당대표자회에서 가결하는 방식 △전원회의 선거뒤 당대회에서 가결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중 첫번째 방법은 가장 간단하나 승계의 의미를 반감시킬 공산이 커 북한당국이 선택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번째 방법은 「화려하고 성대한 대관식」이 될 수 있으나 80년 6차대회 이후 한번도 소집되지 않은데다 「3개월전 소집공고」라는 절차를 아직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북한으로서는 당사업에 뚜렷한 성과도 없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대관식만을 위해 당대회를 여는 것은 몹시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북한은 두 방식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당대표자회를 여는 방안을 선택했으리라는 분석이다.
당의 긴급한 문제들을 결정해야 할 경우 소집할 수 있는 당대표자회는 「임시당대회」 「특별당대회」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대회보다 준비가 덜 필요하면서도 당대회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평남도 당대표회는 중앙당의 당대표자회에 참석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절차인 동시에 지방에서부터 권력승계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기 위한 행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 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