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혁/야권분열의 「原罪」

  • 입력 1997년 8월 13일 19시 56분


국민회의가 趙淳(조순)서울시장의 대선출마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말들 중에 「실소(失笑)」를 금치 못할 대목이 하나 있다. 『조시장의 출마는 결과적으로 「야권분열행위」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조시장이 출마결심을 굳히고 민주당에 2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지난 11일 오후. 국민회의 金民錫(김민석)수석부대변인은 『야권분열에 대한 걱정과 민선시장이 임기도중 하차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에 여야를 떠나 「조시장 만들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비상회의를 갖기로 했다』고 정색을 하며 말했다. 지난 12일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이 발표한 「조시장관련 첫 논평」에서도 같은 인식이 엿보였다. 논평은 조시장의 출마를 「정권교체의 장애물」이라고 단정한 뒤 『조시장의 출마는 야권단일후보를 훼손하는 것이며 여당후보에게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안겨줄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 「조순출마〓야권분열〓여당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라는 등식이 깔려있는 논평이었다. 조시장의 출마가 어떤 「기능」을 하게 될 것인지는 정치적 판단의 문제다. 그에 앞서 「정치적 양식(良識)」에 관한 몇가지 의문이 있다. 『국민회의가 조시장의 출마를 「야권분열」이라는 말로 비난할 수 있는건지…. 95년 지방선거 직후 멀쩡한 민주당을 깨고 국민회의를 창당한 세력은 누구였는지…. 더 거슬러 올라가 87년 대선 당시 양김 후보단일화실패의 주역 또는 당사자는 누구였는지…』 물음이 이어질수록 「실소」와 「쓴웃음」이 교차하는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96년 4.11총선에서 당선된 정대변인 김부대변인은 「95년의 야권분열」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김부대변인이 조시장의 「야권분열」을 걱정하면서 『국민회의 수석부대변인이 아니라 당시 선대위 대변인으로 드리는 말씀』이라고 꼬리말을 덧붙인 근저에는 뭐랄까 국민회의의 그런 저런 「이력(履歷)」에 대한 「겸연쩍음」같은 게 숨어있지 않았을까. 김창혁〈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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