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로 기아그룹이 부도유예된지 만 한달이 되지만 기아 처리문제는 장기간 혼미상황을 지속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제삼자인수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기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은 내놓지 않는 등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채권금융단이나 업계는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 기아의 독자적 정상화보다는 제삼자인수 쪽에 가능성을 더 두는 분위기다.
▼재정경제원〓기아그룹에 대해서는 경제논리로 풀되 협력업체와 금융기관에는 정치논리를 가미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金善弘(김선홍)기아그룹회장이 경영책임을 지고 먼저 퇴진해야 한다는 게 재경원의 일관된 입장. 그러나 김회장의 버티기와 음모론 등으로 조기퇴진이 좌절되자 당분간 김회장의 거취를 지켜보겠다는 자세로 물러섰다.
재경원은 김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물러나면 새로운 경영진을 영입, 정부의 간접지원 아래 경영정상화에 주력하되 정상화가 안되면 제삼자인수를 추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채권금융단〓김회장의 조건없는 사직서 제출과 인원삭감에 대한 노조합의서가 추가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아시아자동차 분리매각에 대해서는 일단 한국신용정보의 평가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다음달말 채권유예기간 종료 이전에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하며 특히 추석(다음달 16일)전에 해결방향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결방안으로는 「기아자동차를 살린다」는 게 대원칙. 그러나 다른 은행들조차 제일은행이 정부와 모종의 채널로 연결돼 기아의 제삼자인수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채권단에서는 현재의 소강상태가 계속된 뒤 9월말 이전에 제2차회의를 열어 진로처럼 기존 대출금의 상환유예를 1년가량 연장해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업계〓姜慶植(강경식)부총리의 『현 정권내 제삼자인수는 없다』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채권단이 일정기간 현상태로 끌고 간뒤 삼성그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기아의 제삼자인수가 결정될 경우 최종선택권은 기아에 달렸다고 보고 기아와의 유대관계를 다지는 한편 기아관련 주식매입을 꾸준히 추진, 기아 인수를 위해 적극 대비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현대보다는 기아인수에 소극적인 입장.
삼성그룹은 기아인수 각본설이 확산되는 등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인수계획을 보류한 상태.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여론상황을 봐가면서 추진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인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기아측〓기아자동차의 과장 부장급 중견간부들을 중심으로 한 「기아재건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발족, 기아사태의 돌출변수로 등장했다.
8천여명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지금까지 기아에는 김선홍회장과 노동조합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며 회사 향배에 새로운 중추가 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윤희상·이영이·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