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특위 여야同數합의]허탈한 與 어안 벙벙한 野

  • 입력 1997년 7월 31일 08시 33분


30일 신한국당이 정치개혁특위를 여야동수로 구성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때까지 여야3당은 강공과 회유, 구수회의 등 급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신한국당은 이날 오후 1시경 일단 특위를 구성키로 한 여야총무회담 합의사항을 야당측이 의원총회 등에서 수용하지 않자 오후 4시50분경 다시 한번 절충을 시도했으나 역시 실패하자 오후 6시반경 李會昌(이회창)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긴급 구수회의를 열었다. 당직자들은 30여분간의 구수회의에서 이대표가 『특위의 여야 동수구성을 받아들이자』며 의견을 내자 그대로 받아들였다. ○…오후 7시15분경 국회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한국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이대표는 『정치에서도 법이 정한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을 꺼낸 뒤 『그러나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해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설명. 이대표는 『정치의 틀을 크게 보는 집권당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의 민생안정을 위한다는 대국적인 관점에서 특위구성에 관한 우리의 태도를 완화, 합의해주는 것이 좋겠다』며 여야동수구성과 민생법안 일괄처리방침을 밝혔다. ○…신한국당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대표가 특위의 여야동수구성에 합의하자고 제안한데 대해 동의하긴 했으나 대부분 불만과 허탈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한 의원은 회의장을 나서면서 『이렇게 할 거면 그동안 뭣하러 고집을 피웠느냐』며 혀를 끌끌 찼고 또다른 의원은 『본회의는 무슨 본회의냐. 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당 지도부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본회의가 정회중인 오후 4시50분경 朴熺太(박희태)총무는 국민회의 원내총무실로 찾아가 朴相千(박상천)총무와 20여분간 비공개 대화를 나누며 정치관계 특위구성을 위한 마지막 돌파구를 모색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신한국당 박총무는 양자 면담후 다소 굳은 표정으로 총무실을 나와 『정 안되면 (특위구성 동의안을) 단독상정하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 9시뉴스에 그 모습이 비춰지면 오늘 밤 金大中(김대중)총재의 TV토론 모습이 좋지 않을텐데…』라며 「단독처리 저지」 방침을 밝힌 국민회의의 이미지손상 가능성을 지적했다. ○…국민회의 박상천총무와 자민련 이정무총무는 이날 오후 신한국당이 여야동수특위를 끝내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 △9월30일까지 특위 운영 △8월5일까지 동수수용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수정제의안을 신한국당측에 내놓으려 했으나 신한국당이 갑자기 동수특위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양당이 이처럼 수정제의안을 준비한 것은 민생법안을 정치개혁특위 구성과 연계시킨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신한국당 의총이 끝난 뒤 박희태총무는 국민회의 원내총무실에 들러 박상천총무에게 『내가 당신 고집에 졌다. 빨리 법안을 처리하자』고 제의하자 총무실에 몰려있던 국민회의 의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韓英愛(한영애)의원은 『박총무가 일등공신이다』며 박총무를 추켜세웠다. 그러자 박총무는 다소 겸연쩍은 표정으로 『일등공신은 내가 아니라 이대표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대꾸했다. 〈윤영찬·김정훈·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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