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이 1주일 남겨놓고 朴燦鍾(박찬종)후보가 폭로한 李會昌(이회창)후보의 금품살포설이라는 암초에 걸렸다. 사태의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경선이 좌초할 수도 있어 금품살포설은 정국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소한 심각한 경선후유증이 예상된다는 데에는 당내에 이견이 없다. 금품살포설과 관련한 다섯가지 의문점을 정리해본다.》
▼증거 있나 없나〓박후보 진영이 제보를 받고 확인작업에 나선 것은 10여일 전인 이달초. 지역사무장과 지구당위원장이 각각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각 증거수집에 나선 박후보는 지난주초부터 기자들에게 「대형폭로」를 예고했다.
마침내 박후보는 지난 9일 대구지역 합동연설회 직전 『(특정후보가) 억대 이상의 금품을 살포하고 수수한 의혹이 있다.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지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13일 특정후보가 이회창후보라고 폭로했다.
박후보 진영은 증거유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박후보는 검사출신』이라며 문서와 녹음 형태의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측근은 그동안 치밀한 증거수집작업을 해왔다고 전했다. 박후보 진영은 그러나 『형사소송법상 강제수사가 요구되는 사안이므로 검찰수사가 개시되면 증거를 제출하겠다』며 증거공개는 물론 당경선관리위 증거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박후보 진영은 당경선관리위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경선관리위의 처리여하에 따라서는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와는 달리 그밖에도 여러 가지 속사정이 있을 것으로 당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첫째, 돈을 받은 지구당위원장의 진술 등 직접증거가 아니라 대의원 등이 지구당위원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한 간접증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둘째, 제보원의 신원노출에 따른 불이익을 고려해 비밀수사가 가능한 검찰에서 증거를 제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셋째, 폭로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증거공개나 증거제출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오는 17일을 전후한 2차폭로설도 나오고 있다.
▼「2명 이상」과 「조직활동비 명목」의 의미〓이후보측이 5천만원 이상씩을 준 지구당위원장은 「2명 이상」이며 그 명목은 「조직활동비」라는 게 박후보의 주장이다. 「2명 이상」이라는 주장은 박후보측이 최소한 2명의 지구당위원장이 이후보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후보 진영에선 구체적으로 호남지역과 수도권지역의 원외위원장 2명이 이후보측으로부터 돈을 받았으며 그중 1명은 이후보측 외에 또다른 후보측으로부터도 돈을 받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후보는 그러나 「2명 이상」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이후보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지구당위원장이 더 많을 것이라는 냄새를 강하게 풍겼다. 즉 꼭 2명에게만 돈을 줬겠느냐라는 뜻이다.
박후보가 말한 조직활동비는 대의원 확보를 위해 드는 돈을 뜻한다. 대의원 추천을 받는 과정에서 사례비와 대의원을 접촉하는데 드는 경비 등을 포함한 것이다.
실제로 지구당위원장들 중엔 『일부 대의원들의 기대심리가 아직도 가시지 않아 난처한 경우가 많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후보 진영의 핵심인사는 『지지대의원들에게는 경선막판에 1백만원정도씩은 줘야 한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崔秉烈(최병렬)후보도 합동연설회 첫날인 지난 5일 수원에서 『대의원 1명당 1백만원씩 60억원만 있으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며 대의원매수 가능성을 경고했었다. 1개 지구당엔 35명의 선출직대의원이 있다.
▼경선전 진상규명 가능성〓당 경선관리위는 14일 박후보에게 증거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신속하고도 철두철미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당경선관리위가 강제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금품살포설의 진상을 명쾌하게 규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당내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李壽成(이수성)후보의 가계를 비난한 「괴문서」유포사건에 대한 당경선관리위의 진상조사도 10여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다.
괴문서 유포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朴佑炳(박우병)의원의 비서관출신 李炳夏(이병하)씨가 경선관리위의 출두요구에 불응하고 있으나 강제조사권이 없어 속수무책인 상태다. 더욱이 전당대회 때까지는 1주일밖에 남지 않아 일정도 빠듯하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경선관리위위원 중 일부가 특정후보 지지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엄정한 조사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