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19일 오전 신한국당의 閔寬植(민관식)경선관리위원장과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을 불러 「분파행동」 자제지시를 내렸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지시에 대해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국방문에 나서기에 앞서 부재 중의 「집안단속」을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날 지시를 해외순방에 앞선 「통상적인」 성격으로 보기 힘들다. 김대통령은 이 지시를 하느라 예정됐던 權五琦(권오기)통일부총리의 보고 일정까지 뒤로 미뤘다. 뿐만 아니라 이날 오후에 있었던 李會昌(이회창)대표와의 주례회동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이 현재의 신한국당 상황을 몹시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23일부터 시작되는 유엔 및 멕시코 순방기간중 당내에서 극한대립 사태가 빚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분파행동 자제를 지시하면서 「정발협」이나 「나라회」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굳이 거명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다만 「정발협」 등을 구체적으로 거명할 경우 이번 지시가 이대표에 대한 「지원사격」으로 비쳐질지 모른다는 점을 염두에 둔 듯하다.
이번 지시는 앞서 이대표와의 주례회동에서 두차례에 걸쳐 비슷한 언급을 한 것을 포함, 세번째다. 그러나 워낙 복잡미묘한 당내 사정 탓인지 지시의 내용이 다분히 「추상적」이어서 얼마만큼 실효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날 김대통령의 지시 직후에도 당내 각 경선주자 진영은 서로 자파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