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치범들은 의식주에 대한 지원이 완전히 끊긴 채 마치 원시인들이 산이나 들에 토굴을 파 오직 목숨만을 유지하기 위해 사는 「혈거(穴居)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용소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치범과 그 가족은 막사 등 수용시설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들판에 땅을 1m정도 판 뒤 그 위에 비닐을 덮고 살거나 땅 위에 돌을 50㎝가량 둥그렇게 쌓아 바람을 막고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사업상 최근까지 북한을 50여차례 드나든 한 한국인 사업가가 북한 현지에서 북한 당국의 감시를 피해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에서 확인됐다.
북한의 수용소 실태가 촬영돼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60분짜리 테이프 10개에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굶어 죽어가는 북한의 한 가정 △집을 뛰쳐나와 먹을 것을 찾아 유랑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이밖에 △수해로 황무지가 돼 씨를 뿌려도 싹이 돋지않는북한의농촌실태 △중국과의 국경지대에서 탈출을 엿보고 있는 북한인들의 모습 등 믿기 어려운 장면들이 촬영돼 있다.
한국인 사업가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실태에 대해 『사업상 남포시를 가다가 차에서 목격한 한 정치범 수용소는 바로 바닷가에 붙어 있고 내륙쪽에만 철망이 쳐져 있어 바다로 통하지 않는한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막사 등 수용시설도 없는 상태에서 감시원들이 5백여명의 정치범과 가족이 경계선을 못 나가도록 막고 있고 수용된 사람들은 수용소 안 갯벌이나 돌산에서 짐승이 방목을 하듯 극한적인 상황에서 살아가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안내인으로부터 이 시설이 정치범 수용소라는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정치범 수용소를 촬영한 테이프에는 굶어 죽은 사람들이 쓰러져 방치돼 있어도 아무도 치우지 않은 채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