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현철씨 대선자금」비공개 방침…정치파장 우려

  • 입력 1997년 6월 4일 19시 59분


검찰은 金賢哲(김현철)씨가 지난 92년 대통령선거 이후 1백억원 규모의 대선자금 잔여금을 관리해 온 사실을 밝혀내고도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이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沈在淪·심재륜 검사장)는 현철씨의 측근인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와 박씨의 가족과 측근 명의의 계좌에서 93년초에 출금된 1백32억원의 대부분이 대선자금 잔여금인 것으로 밝혀냈다.

검찰은 그러나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대국민담화에서 대선자금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현철씨가 관리해온 대선자금 잔여금을 5일 수사결과 발표 때 공식인정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검찰이 대선자금 잔여금을 공식인정할 경우 전체 대선자금의 규모와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잔여금 보유여부 등에 대한 의혹으로 비화,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야당과 여론의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며 『일시적인 여론의 비난을 받더라도 대선자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철씨가 1백억원이 넘는 대선자금 잔여금을 관리해왔다면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이 재임시 받은 돈을 퇴임후 비자금으로 계속 관리해온 것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르냐』며 『국민의 비난을 어떻게 감내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현철씨가 보유하고 있는 돈의 출처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현철씨가 돈의 출처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 계속 수사중」이라고 애매하게 발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기대·조원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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