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자민련 중앙당 강당에서 열린 전국 지구당위원장 회의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5.30」담화 이후 당의 대여(對與)투쟁방향을 논의하고 당력을 모으기 위해 긴급 소집한 자리였다.
그러나 3시간동안의 자유토론에서 金鍾泌(김종필)총재에 대한 「충성발언」이 잇따랐는가 하면 신민계 위원장들은 오히려 「당내 민주화」를 요구, 양측간에 고함과 야유가 오가는 등 「적전(敵前)」분열양상까지 보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여투쟁의 의지를 모으려다 당내분만 더욱 심화시켰다』며 『그것이 자민련의 「한계」가 아니겠느냐』는 자조(自嘲)적인 평가도 나왔다.
○…이날 첫 발언자로 나선 李元範(이원범)의원은 『구국의 지도자인 김총재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앞장서자』고 「돌출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나 신민계 위원장들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 『자민련이 충청도 정당이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놨다.
그러자 장내에서는 『그만해』 『집어치워』라는 고함이 터져나왔고 계속 지도부를 공격하던 김모위원장은 급기야 사무처 당직자들에 의해 발언도중 강제로 끌려나가기도 했다.
○…사회자가 여러차례 「질서」를 강조했고 일부 위원장들이 나서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토론은 야권공조와 후보단일화 등 「당의 진로」에 대한 발언으로 비약했다.
일부 위원장들이 『김총재가 대통령선거에 안 나가면 우리 당은 죽는다』고 주장하자 다른 위원장들은 『단일화가 안되면 국민에게 절망감만 안겨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趙永載(조영재)의원은 『정권퇴진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정당과는 공조나 연대가 무의미하다』고 국민회의측을 겨냥하기도 했다.
○…자유토론이 끝난 뒤 김총재는 「당내 결속」을 강조하며 『그동안 내가 총재라고 해서 멋대로 해버리는 일이 없었다』고 「당내민주화」요구를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김총재는 대여투쟁과 관련, 『그쪽(김대통령)이 기왕에 갖고 있던 힘을 경시해서는 안되며 내려오라 해서 내려올 사람도 아니다』면서 『여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여건이 돼 있지 않은 만큼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