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정국/입장묘한 청와대]『同居는 한다만…』

  • 입력 1997년 5월 28일 20시 16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지난 3월 李會昌(이회창)대표를 기용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서슴없이 「적(敵)과의 동침」이란 표현을 썼다. 이대표의 총리 재직 시절 두사람간의 「불편했던 관계」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3개월여 동안 두사람은 「순치(脣齒)관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한보사태와 金賢哲(김현철)씨 문제 등으로 궁지에 몰린 김대통령이 이대표를 지명한 것은 난국수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김대통령의 선택이 이대표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주례보고 석상 등을 통해 이대표가 풍파에 시달릴 때마다 시의적절하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상호 친밀감도 깊어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대표가 「대선자금 고백론」 등을 거론하자 청와대내의 기류는 미묘하게 변했다. 일부 비서관들은 『이대표가 김대통령에 대한 「압박전략」을 구사한다』며 불만도 표시했다. 특히 지난 23일의 주례회동 직후 이대표가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불가」 입장을 발표, 파문을 빚은 이후 청와대측은 이대표의 「정치감각 부족」에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대통령과 이대표는 28일 주례회동에서도 서로 필요한 존재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진의 분위기를 보면 얼마만큼 「상호 필요성에 의한 동거관계」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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