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입장표명 왜 미루나]『잘해야 본전인데…』

  • 입력 1997년 5월 20일 20시 21분


「한보정국」을 마무리짓기 위해 청와대가 마련중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입장표명」이 늦어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당초 21일 고위당정회의를 소집, 한보사태와 차남 賢哲(현철)씨의 비리에 대해 사과한 뒤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과 정치개혁추진의 필요성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마지막 결심을 굳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尹汝雋(윤여준)대변인은 그동안 내부 의견조율을 토대로 발표문안의 초안을 작성, 지난 19일 김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좀 더 생각해보자』며 20일 오후까지도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 김대통령이 「잘해야 본전 아니냐」는 생각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일부 청와대 보좌진은 그동안 대선자금 문제 등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고 임기말 과제로서 과감한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난국수습책을 진언해왔다. 이 과정에서 「임기후 책임을 지겠다」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개진됐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정국해법의 매듭에 해당하는 대선자금 문제에 관해 『나 자신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도 제대로 모를 것』이라며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내 일각에서도 『대선자금에 관해 입장을 잘못 밝힐 경우 자칫 정쟁의 구실만 제공할 뿐』이라며 아예 입장표명을 생략하고 묵묵히 국정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다시 말해 이번 주를 고비로 정치권이 사실상의 대선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니 「그냥 두고 보자」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그러나 현철씨까지 구속된 마당에 일련의 사태를 마무리짓는 입장표명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게 청와대내의 공감대』라며 『대통령의 입장표명 문제를 매듭짓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鄭泰守(정태수)리스트」에 포함된 정치인 33명의 사법처리 지연과 당헌당규개정을 둘러싼 신한국당의 내분도 김대통령이 입장표명을 미루고 있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김대통령은 이들 정국현안의 갈피가 잡히기를 기다려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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