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赤 접촉 정부대책]『식량 더줄수 있다』 北 회유

  • 입력 1997년 5월 20일 20시 21분


23일 개최예정인 남북적십자대표 2차 북경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한 정부측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당국간 접촉창구인 4자회담이 장기 공전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정부로서는 민간창구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남은 적십자 채널을 살리는 것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한적십자사가 보는 이번 2차접촉의 관건은 우리측이 제시할 대북(對北)식량지원 규모에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냐는 것. 지난 1차접촉(3,5일)당시 우리측은 민간단체의 기탁을 받아 전달하는 한적의 현 전달체계로는 대북 식량지원 규모 및 시기를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북측은 이를 회담의 전제조건이라고 맞서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했었다. 정부와 한적이 대북지원에 참가하고 있는 민간단체의 대략적인 지원계획을 토대로 마련한 잠정적인 지원량은 옥수수 5만t정도. 이 규모는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기준(1t톤당 1백50∼1백60달러)으로 70억원대다. 구입대금은 △한적이 이미 각 단체로부터 약정받은 35억원 △한적의 예산갹출금 10억원 △민간단체로부터 지원받을 대북지원금 등을 합한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원규모가 북한의 연간 식량부족분(2백만t정도)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는 것이 우리측의 고민이다. 이와관련, 정부가 독려하고 있는 전경련 등 경제5단체를 통한 기업들의 대북지원이 본 궤도에 오를 경우 그 규모는 이번 지원량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점을 비공식 채널로 전달, 회담성사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정부는 대규모 식량지원은 당국차원의 4자회담에 참여할 경우 보장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 북측의 4자회담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처럼 대북지원량을 보장해줌으로써 반대급부로 우리측의 요구를 따내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또 「직접전달」과 「분배의 투명성보장」원칙아래 △판문점 등 육로와 동해안 등 추가경로 확보 △분배지역 확대 △제공자 표시 △분배감시에 한적요원 참여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북측이 체제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난색을 표할 것으로 보이는 미묘한 쟁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위조절을 통해 융통성을 보일 방침이다. 따라서 북측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 △판문점을 통한 육로수송 △한적요원의 분배감시활동 참여여부 등을 둘러싸고 남북한이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일 공산이 크다. 다만 유럽연합(EU)의 대북지원 참가 등 긴급지원이 잇따라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다」고 판단한 북측이 강경입장으로 선회할지도 모른다는 게 정부측의 우려다. 최근들어 대남 비방수위가 높아지는 북측의 심상치않은 기류도 정부측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이다. 〈정연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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