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에 대한 검찰수사과정에서 현철씨가 막대한 액수의 비자금을 조성해 제삼자를 통해 관리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92년 대선자금 잉여금」이 최대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대통령 취임 후 현철씨가 이권청탁 등과 관련해 수수한 액수는 현철씨가 관리 운용해온 비자금 규모에 크게 못미쳐 자연 차액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자금 잉여금의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여권내에서도 설이 갈리나 긍정론이 훨씬 우세하다. 다만 잉여금이 존재하더라도 김대통령의 스타일상 김대통령은 잉여금의 존재나 관리 운용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대선자금 잉여금 존재설의 근거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92년 대선전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당시 김영삼후보의 당선이 기정사실화하자 재벌들로부터 대선자금이 쇄도했으나 여야의 「금품선거」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제대로 돈을 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92년 대선을 2, 3일 앞두고 예상치도 않았던 3억원의 지원금이 내려왔다는 수도권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의 증언을 들 수 있다. 이들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여유자금을 서둘러 격전지인 수도권지역에 투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 대통령당선 확정 후 이른바 김영삼후보 진영에 들어온 「당선축하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이미 대선이 끝나 달리 쓸 데가 없었던 상황에서 당선축하금이 어딘가에 보관돼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당선축하금도 상당한 액수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시 盧泰愚(노태우)대통령도 상당한 축하금을 건넸다는 설이 있다. 또한 대선때 김영삼후보 지원에 소극적인 편이었던 재벌들이 앞다퉈 성의표시를 했다는 설도 무성하다.
그렇다면 이 돈은 누가 관리 운영해 왔을까. 대선자금 잉여금을 청와대나 신한국당(구민자당) 등 공조직에 넘겨줬을 가능성은 없다는 점에서 결국 사조직에 의혹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초점은 현철씨에게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현철씨가 은닉한 대선자금이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얘기가 사정관계자들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나아가 이미 일부를 확인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자금 잉여금 총규모는 천억원대를 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만일 대선자금잉여금의 존재사실이 확인된다면 대선자금파문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노태우비자금」이나 뭐가 다르냐는 국민적 비난이 거세지면서 현정권의 도덕성은 회복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현정권의 존립기반은 훨씬 위태롭게 될 것이다. 즉 정치권이 상정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한결 커질 것이다. 김대통령이 대선자금 잉여금의 존재사실을 알았느냐 몰랐느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선자금 잉여금이 존재한다면 대선자금파문은 차기정권으로 이월될 가능성도 있다. 현정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