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청 기자] 내각제 개헌론이 정치권에서 확산되는 것과 실제로 개헌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은 별개 문제다.
우선 현재의 여건상 개헌의 길은 매우 험난하다. 첫째, 시간여건상(대선까지 9개월) 촉박하다. 6.29선언에서 시작해 10월29일에 마무리된 지난 87년의 경우가 있긴 하나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현 의원들의 잔여임기가 2년3개월이나 남았다는 것부터 걸림돌이다. 개헌을 할 경우 총선을 다시 실시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현역의원들의 임기포기가 쉽지 않다. 87년 개헌 때 의원들의 잔여임기는 1년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직선제 개헌이 거의 전국민적 합의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정치권의 속사정을 보아도 아무래도 개헌을 실감하기는 힘들다. 국민투표라는 절차가 있긴 하나 현실적으로 개헌의 열쇠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국민회의의 金大中(김대중)총재, 자민련의 金鍾泌(김종필)총재 등 이른바 「3김씨」가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김대통령은 「개헌불가」 입장이고 김대중총재도 「자민련이 나를 단일후보로 밀어준다면 차후 검토용의」 정도다.
물론 김대통령이 극도로 정치적 궁지에 몰려 국면전환용으로 받아들일 가능성과 김대중총재 역시 당안팎의 역풍에 직면해 대세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경우도 「대통령」과 「총리」 두 자리밖에 없는 내각제를 놓고 3자가 합의해야 한다는 데 난점이 있다. 여권내 일각에서 『설사 자민련과 개헌을 밀어붙일 수는 있으나 그럴 경우 김대중총재가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정치권, 특히 그동안 내각제 불가론을 확고하게 주장하던 여권내에서 갑자기 개헌론이 불거져 나오느냐 하는 의문이 남는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배경은 한보사태 金賢哲(김현철)씨 문제로부터 국민들의 시선을 돌려보자는 국면전환 의도다.
그렇지 않다면 김대통령의 내부 통제력 약화와 어느 특정세력도 지배적 위치를 점할 수 없는 여권의 「다핵(多核)구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제세력간 권력분점을 위한 「사전 담합(談合)」의 측면을 빼놓고 현재의 개헌론을 해석하기 힘들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