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黃風」주의보…황장엽 입국뒤 「新공안정국」우려

  • 입력 1997년 3월 19일 19시 54분


[최영묵기자] 국민회의는 북한 黃長燁(황장엽)노동당비서의 입국이 임박하자 그 정치적 파장을 걱정하며 상황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권이 한보사태 등으로 드러난 실정(失政)을 만회하기 위해 황비서의 「입」을 빌려 「공안정국」을 조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이를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강한 의구심도 갖고 있다. 선거때마다 「색깔론」에 시달려온 金大中(김대중)총재로서는 「보통 일」이 아닌 셈이다. 국민회의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여권이 황비서를 통해 확인이 불가능한 사실을 흘릴 가능성. 황비서가 중국에 체류하면서 「남한내 5만명 고정간첩암약설」을 언급한 것을 그 예로 삼고 있다. 황비서가 입국해서 그와 비슷한 말을 퍼뜨리면 야당과 노동계 및 대학가에 대한 「사상시비」와 「검거선풍」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19일 지도위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뾰족한 결론은 없었지만 앞으로 기획조정실 정세분석실 안보특위에서 황비서 입국이후 일어날 수도 있는 전반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리한 입장은 강온(强穩) 양면 두가지. 우선 황비서의 망명을 환영하고 조기에 무사히 입국하기를 기대한다는 것. 그러나 『황비서가 입국했을 때 공안정국과 용공음해, 신「매카시선풍」이 일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이를 대선이나 정권차원에서 악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만약 황비서가 입국한 뒤 여러 설을 공개했을 경우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실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강력히 요구키로 했다. 국민회의의 또 다른 걱정은 황비서 입국이 안기부법처리에 미칠 영향이다. 5월 임시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안기부법을 재처리하기로 신한국당과 합의했지만 황비서가 입국한 뒤에는 안기부법 재처리에 대한 지지여론이 사그라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안기부법을 원천무효화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확실한 무기」가 없다는 것이 국민회의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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