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비리의혹 수사]검찰 『정면돌파』 선회

  • 입력 1997년 3월 14일 20시 21분


[김정훈기자] 金賢哲(김현철)씨의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사실상 시작됐다. 물론 검찰이 김씨나 김씨 주변인사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더이상 국민들에게 검찰이 수사를 할 뜻이 없는 것처럼 비치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며칠동안 검찰내부에서는 김씨 수사문제를 둘러싸고 「정면돌파론」과 「신중론」이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이같은 양론은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이 崔炳國(최병국)대검 중수부장 崔桓(최환)대검 총무부장 周善會(주선회)대검 공안부장 등 핵심 간부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김씨 수사문제에 대한 중지를 모으는 과정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부간부들은 김총장과의 면담에서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즉각 전면수사에 착수하는 「정면돌파」외에는 방법이 없으며 수사를 늦추면 늦출수록 검찰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간부들은 대규모 수사팀을 구성, 범죄가 되지 않는 의혹까지를 포함해 김씨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일단 수사에 들어간 뒤에는 국민들의 의혹을 씻을 수 있을 만큼 최소한 수십억원 이상의 금품수수사실을 밝혀내야 한다』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검찰수뇌부 전원이 사퇴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진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철씨가 단순히 인사개입만 했다면 범죄가 되지는 않겠지만 국가기강을 뒤흔든 심각한 문제이며 국민들의 의혹이 집중된 부분』이라며 『원칙적으로는 검찰이 할 일이 아니지만 검찰이 아니면어느기관에서 이를 해낼 수있겠느냐』고지적했다는 것. 이에 반해 다른 간부들은 김씨에 대한 수사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범위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법적으로 형사처벌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광범위한 내사를 벌이고 국회 국정조사가 끝난 뒤 본격수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신중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설령 인사개입과 관련해 돈을 받은 것이 드러나더라도 사인(私人)신분인 김씨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섣불리 수사에 착수했다가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하면 한보사건 수사처럼 축소은폐수사를 했다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검찰은 결국 안팎의 상황이 정면돌파를 피할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직대통령의 아들이라도 성역이 될 수 없으며 이번이 검찰의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는 계산도 정면돌파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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