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파문/與의원이 본「小山」]청와대인사도 개입

  • 입력 1997년 3월 12일 20시 10분


金賢哲(김현철)씨의 정부인사에 대한 영향력은 여권에 몸담은 신한국당 의원들의 말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 이들 의원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한결같이 김씨의 파워를 현실로 인정했다. 또 김씨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불이익을 당하거나 적잖은 도움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투자기관에 근무했던 초선의 P의원은 『정부투자기관에 근무할 때 인사상 홀대를 받게 되자 주변에서 「김씨를 만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권유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씨를 일부러 만나지는 않았다』고 밝혀 정부기관내에 김씨의 영향력이 강했음을 확인했다. 또 지난 90년 3당통합을 반대한 서울출신의 L의원은 『지난해 김씨를 우연한 자리에서 한번 마주친 것 외에는 접촉이 없었다』면서도 『모기관에 있다가 나오게 된 것도 김씨 측근의 반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모의원은 보다 구체적으로 김씨의 행태를 전했다. 그는 『청와대 근무시절 인사문제뿐 아니라 여러가지 세상얘기에 대해 김씨와 의견교환을 했으며 특히 李忠範(이충범)씨가 사정비서관으로 있을 때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주요공직 임명대상자를 검증할 때 김씨는 『「이런 사람은 어떠냐」며 사람들을 추천하기도 했으며 「그 사람은 이런 것 같다」는 식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인사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씨가 국정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꼭 결재하듯이 하거나 보고서를 올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민정부에서는 재산 등 여러가지 측면을 검증하다보니 인물난이 심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김씨가 민주화투쟁을 하면서 챙겨야 할 사람들을 챙긴 것이며 오히려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씨가 한보사건에 연루됐다면 누구도 감싸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부총리급이나 주요 장관급 이상 인사에 대해서는 공직기강비서관의 추천과 김씨의 구두추천이 병행됐다』며 『김씨의 후원자가 상당수 반영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김씨의 영향력은 공무원뿐 아니라 정부투자기관 국영기업체 등에도 미쳤으며 현정부 출범후 승진한 인사중 상당수가 김씨 덕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모장관이 개각발표 며칠전에 김씨로부터 자신의 임명사실을 통보받았다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또다른 의원은 『김씨가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아는 척 했으며 어려서 치기도 부린 것 같았다』고 말해 김씨가 안기부 등을 통해 정보를 사전보고받아 온 사실을 뒷받침했다. 한 의원은 『첫 청와대비서실장인 朴寬用(박관용)의원이 94년말 개각때 교체된 것도 김씨와의 사이가 나빠져 그렇게 됐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 15대 총선 공천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영입케이스의 초선의원들은 김씨의 영향력은 인정하면서도 그의 후원으로 공천을 받았다고 시인하는 인사는 없었다. 어쨌든 신한국당의 초재선의원들은 김씨의 국정개입의혹이 어떤 형태로든 규명돼야 한다는 쪽의 의견을 많이 내비치고 있다. 민정계의원들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적당히 봉합할 경우 당의 장래, 나아가 올 연말 대선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도 푸념조로 하고 있다. 〈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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