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김기섭차장]안기부정보로 현철씨 「나침반役」

  • 입력 1997년 2월 28일 20시 24분


28일 면직된 金己燮(김기섭)안기부운영차장은 여권내에서 널리 알려진 金賢哲(김현철)씨의 측근중 측근. 그는 현철씨 주변에서 벌써부터 「좌기섭 우기섭」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정부의 張世東(장세동)」으로 일컬어질만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도 과시하고 다녔다. 자연 김씨에 대한 김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웠고 위세도 대단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김대통령을 20,30년이상 곁에서 보좌해온 기라성같은 민주계 실세들을 제치고 현정권 출범초 핵심요직인 안기부기조실장에 앉을 수 있었던 것도 현철씨의 배려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따라서 그의 면직은 현정권 막후그룹의 퇴진과 함께 김대통령 국정운영스타일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 그동안 정가 관가에서 소문으로만 나돌던 현철씨와 김씨의 핫라인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씨는 본래 「현철씨 사람」이 아니라 「김대통령 사람」이라는 얘기도 만만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김대통령과 김씨의 인연은 그가 신라호텔 상무를 지냈던 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야당총재이던 김대통령은 신라호텔을 종종 이용하면서 김씨를 알게 됐다. 결정적으로 김대통령의 마음을 산 사건은 지난 87년 당시 全斗煥(전두환)대통령이 4.13호헌조치를 취해 정국이 살얼음판같았던 시절 김씨가 자신의 집을 담보로 1억원을 마련, 정치자금으로 쓰라며 상도동에 가져다 준 것이라는 게 여권의 정설이다. 당시 김씨는 『김총재님을 존경한다』며 거액을 제공, 김대통령을 감격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 그후 김대통령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김씨의 상도동출입도 잦아져 당국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 90년 당국의 「압력」에 의해 신라호텔과 같은 삼성그룹산하 삼성전관전무로 자리를 옮겼으나 그해 1월 3당합당으로 민자당대표최고위원이 된 김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회사를 그만두고 대표최고위원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현철씨와는 그때부터 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면서 현철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았다. 이같은 김대통령과 현철씨 부자의 돈독한 신뢰를 바탕으로 김씨는 현정권 출범과 함께 「권력핵심」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안기부기조실장은 안기부 인사와 예산을 장악하고 있는 요직. 김씨는 이어 작년엔 안기부운영차장으로 승진, 현정권 「부동의 실세」임을 과시했다. 안기부운영차장은 신설된 직책으로 그를 위해 일부러 만든 자리였다는 뒷얘기를 낳았다. 또한 김씨가 안기부기조실장 재직시부터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수집한 공적정보를 사적으로 현철씨에게 제공하고 현철씨가 음성적으로 국정에 간여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특히 김씨 덕분으로 현철씨는 안기부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정보를 선점, 대통령으로부터 더욱 신뢰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김씨는 현정부 출범 이후 줄곧 안기부를 사실상 장악해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또 안기부 예비비중에서 일부를 현철씨 등 현정부 실세들에게 사적으로 제공해 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현철씨를 도와 요직인사에도 깊숙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현철씨와는 수시로 만났고 사적인 술자리에도 동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그래서 민주계 내에서조차 현철씨를 오늘과 같은 처지로 몰아간 것은 김씨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임채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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