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재 국회연설 내용]날치기 노동법 원천무효

  • 입력 1997년 2월 21일 19시 56분


한보사태는 권력 금융 재벌 3자가 유착한 정권부패다. 한낱 부도덕한 기업의 농간에 권력이 앞을 서고 정부가 함께 한 사건이다. 대통령에게 국민의 시선이 모아지고 권력의 심층에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서 의혹을 풀지 못하면 두고두고 남아서 결과적으로 큰 불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26일 새벽 불법 날치기한 노동법과 안기부법 등은 원천무효다. 노동법은 타협과 합의를 바탕으로 여야가 단일안을 만들어서 통과시켜야 한다. 국정 어느 한 곳도 반듯한 구석이 없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대통령과 집권당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분산, 전가하려는 태도는 안된다. 초라하고 망가진 자신의 모습에서 통회(痛悔)의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정치일정에 얽매임이 없이 겸손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경제를 걱정하면서 국민에게 호소하고 야당과 상의해야 한다. 정부는 경상비 전액 동결 등으로 예산을 2조원이상 절감하고 행정개혁을 단행, 작은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금융실명제의 시정은 개혁의 변질이 아니다. 국가경제가 걸려있는 사활(死活)의 문제다. 黃長燁(황장엽)의 간첩발언 보도는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간첩을 색출해 말끔히 정리하고 안보태세를 확고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경찰의 대공(對共)전문인력을 획기적으로 충원해야 한다. 국난(國難)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각제의 실현이다. 대통령이 진정 오늘의 현실을 걱정하고 조국의 내일을 생각한다면 연내에 내각제 개헌을 해 다음 정권은 내각제정부로 출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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