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新주체사상」구상 미공개 논문 주요내용

  • 입력 1997년 2월 18일 20시 11분


본사가 단독 입수한 黃長燁(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미공개 논문은 그가 기존의 사회주의 이념체계는 물론 자신이 체계화한 「주체사상」까지도 대폭 수정, 신랄한 비판을 가한 내용으로 그의 사상적 전환과 망명동기를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근거자료다. 그는 특히 세편의 논문에서 비록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북한의 폭력투쟁노선과 폐쇄적 계획경제 등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황씨와 가까운 한 소식통에 따르면 황비서가 망명 2년여전부터 자신의 이론을 대폭 수정한 「신(新)주체사상」을 구상해 왔으며 이 논문초안이 그 결정판이라는 것이다. A4용지로 4백여장을 넘는 논문 초안의 내용에는 특히 金日成(김일성)이나 金正日(김정일)을 칭송하는 내용이 단 한 줄도 없어 북한 사회과학자의 논문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황비서의 논문 초안중 북한 체제 및 공산주의 이념을 비판한 부분만을 발췌, 가급적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다만 북한투의 표현으로 작성된 점을 감안, 한국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부 표현은 우리 문법에 맞게 바꿔 게재한다. ▼독선적 체제에 비판〓예견치 않은 상황이 조성돼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데도 확고한 승산도 없이 경거망동하는 것은 지휘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사기를 돋우기 위해 자기 편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지휘관의 비범한 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전략전술을 짤 때는 오직 과학적인 자료만을 고려해야 한다. 허영심에 들떠 자만도취하는 주관주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폐쇄적 계획경제 비판〓시장(市場)은 인간의 자주성과 창조성을 결합시켜 주는 장소이며 시장을 발전시켜야 사람들의 창조적 열성을 적극 발양할 수 있다. 과거 사회주의 나라에서 교환에 대한 그릇된 관점에 기초해 상업을 홀대하고 시장의 발전을 억제한 것은 잘못이다. 기존 사회주의 이론은 사회주의 경제제도의 우월성에 대해서만 강조하고 사회주의 경제제도를 옳게 관리하고 완성해 나갈 대책을 찾는 데는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사회주의 경제가 침체한 중요한 원인중 하나가 「가치평가법칙」을 무시한 것이다. ▼폭력투쟁론 비판〓변증법을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은 모순과 투쟁을 미화하면서 모순이 많을수록 발전에 유리하며 투쟁은 많을수록 발전이 촉진된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가족이든 국가든 내부모순이 많고 서로 증오하며 자꾸 싸우는 것이 좋을 수는 없으며 그것은 가족을 망치고 국가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정신빠진 어리석은 자들은 싸우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며 전쟁은 역사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인간을 서로 증오하게 하고 싸우게 하는 것은 모두 나쁜 일이며 서로 사랑하게 하고 협조하게 해야 한다. ▼독선적 교조주의 비판〓일부 사상적 지도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주장하는 사상이 낡아빠진 것이라는 점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으며 선진사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자기 사상의 절대적 진리성 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런 사상이야 말로 미신이며 역사의 버림을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이나 사회나 자기 부정이 아프다고 해서 낡은 것과 타협해서는 안되며 자기 긍정이 마음에 든다고 자만도취, 자화자찬해서는 안된다. 고립과 독선은 퇴보와 몰락의 근원이며 상호존중과 협조의 확대는 진보와 번영의 담보다. ▼개인의 창의성 무시 비판〓창조적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객관적 조건을 마련해줘야 하며 사람들에게 창조적으로 활동할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 토의의 자리에서 그릇된 의견을 제기한 사람을 처벌만 한다면 누구도 확신없는 문제는 발언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집단적 지혜를 동원할 수 없다. 새 것을 창조하기 위한 실험을 하다가 실패할 때 책임추궁을 하면 새로운 안이 있어도 실험해볼 용기를 내지 않는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만 살고 개인의 이익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인간이 개인적 존재라는 것을 무시한 잘못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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