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자는 갈테면 가라」.
지난 17일 밤 북한 외교부대변인이 중앙통신을 통해 黃長燁(황장엽)북한노동당 비서의 망명을 묵인하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표명함에 따라 망명외교협상은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이같은 북한측의 입장표명은 그동안 남북한과 중국 미국 등 관련국 사이의 다자간 연쇄 막후접촉이 거의 마무리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따라서 향후 협상은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물밑교섭의 합의내용을 재확인하는 한편 기술적인 세부절차에 집중될 전망이다.
황비서의 망명을 묵인하는 대가로 북한에 제공될 식량 등 반대급부의 제공시기와 방법 그리고 이같은 합의이행을 위한 세부적인 것들이 앞으로 전개될 협상의 주요내용이 될 것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측의 태도돌변에도 불구하고 향후협상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견해도 만만치않다. 북한이 일단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챙기기로 방침을 정한 이상 최대한의 과실을 얻어내기까지 끈질긴 요구를 해올 것이기 때문이다. 본격협상은 이제부터며 과거의 북한측 협상태도로 미루어 얼마나 걸릴지 예측키 어렵다는 것이다.
金正宇(김정우)북한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북경(北京)에 나타나 북한대사관회의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향후 협상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경제통으로 협상전문가인 김이 북한의 실리챙기기 작전에 합세할 것을 상정하면 쉽사리 손을 털 것같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향후 움직임도 주목된다. 중국으로선 일단 북한이 방향전환을 한만큼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내에 황비서의 출국절차를 끝내길 원할 공산이 크다. 남북한간에 또다른 불의의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한편으로 황비서를 통한 대북(對北)정보확보라는 호기를 놓칠 수 없다는 속셈도 있어 보인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황비서를 자신들의 관할하에 두는 시간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 부분도 황비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중국을 떠나는가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비서 망명허용을 둘러싼 외교협상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일단 오는 24일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訪中)이전까지는 사태해결의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같다.
황비서가 미국 중앙정보국(CIA)관계자들에게 미국행을 수용할 의사를 비친데서도 이번 사태에 미국이 물밑역할을 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올브라이트의 방중을 고비로 협상타결의 장기화 여부가 더 분명해질 것이다.
〈북경〓특별취재반〉